이윤수의 골프 토크

그린 위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골퍼들이 있다. 퍼트에 자신이 없어서다. 드라이버는 일종의 쇼이고, 퍼트는 돈이다. 퍼트는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쳐야 들어간다. 볼이 구멍을 향해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볼이 가는 곳에 홀컵(구멍)이 있다.

골프에서 아마추어나 프로의 경우 승부는 주로 퍼트에서 갈린다. 골프의 43%를 차지하는 것이 퍼트이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결국 퍼트를 잘하는 골퍼가 이기게 돼 있다. 이게 골프다. 골프 코스는 일반적으로 18홀을 한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파를 기록할 경우 점수는 72다. 이는 36번의 퍼트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와 같다. 파의 절반이 퍼트인 셈이다. 이를 놓고 보면 골프는 드라이버도 아이언도 아닌 퍼트의 게임이다. 드라이버는 일종의 쇼이고, 퍼트는 돈이라는 얘기는 틀리지 않다.

그린에 서면 작아지는 골퍼

그린 위에 서면 골퍼는 한없이 작아진다. 퍼트 수를 줄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이유다. 퍼트가 잘 안 되면 예전에 쓰던 퍼터를 다시 사용하기도 한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그랬다. 또 최경주는 ‘홍두깨’ 퍼터라는 것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를 3연승한 박인비는 크로스핸드그립을 한다. 보통 오른손이 왼손을 감싸는 그립이 아닌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는 그립을 하고 퍼트를 한다.

▲ 퍼트는 사용하는 장비나 그립이 문제가 아니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어떤 퍼터를 사용하든 어떤 그립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는 점이다. 퍼트는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쳐야 들어간다. ‘들어갈 것 같다’고 생각하면 100% 들어가지 않는다. 스스로 확신할 때 들어가는 게 퍼트다. ‘구멍(홀컵)’은 들어가게 돼 있다. 또 넣으라고 있는 것이다. 없는 구멍을 만들어서라도 넣겠다는 의지와 확신이 필요하다. 볼이 구멍을 향해 굴러가는 게 아니라 볼이 가는 곳에 구멍이 있다. 바로 이런 생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모 그룹 계열사 전무인 K씨는 그린플레이 때문에 고민이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등은 모두 좋다.

드라이버는 250m를 날리는 장타다. 흔히 장타는 정확도에서 떨어지는데, K씨는 정확도까지 갖췄다. 아이언도 8번으로 150m를 날린다. 항상 장타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문제는 그린에서도 장타라는 말을 듣는다는 점이다. 홀컵까지의 거리가 5m 이상만 되면 보통 2m 이상 미치지 못하게 볼을 짧게 친다. 그리고 나서 두 번째 퍼트에서는 홀컵을 1m 이상 오버시킨다. 동반자들이 기브(속칭 컨시드 또는 OK)를 주지 못한다.

K씨는 그린까지는 잘 온다. 그런데 그린에만 올라서면 헤맨다. 3퍼트를 밥 먹듯 하니 잘해야 보기다. 매홀 파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보기나 더블 보기로 막는 것이다. K씨의 문제는 퍼트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이번에도 안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퍼트를 하니 진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2~3년 정도 이런 플레이를 하다 보니 친한 동료들과 라운드를 할 때 동반자가 기브를 주지 않아도 자신이 “기브”하면서 볼을 주어든다.

볼의 구멍 찾는 재주

이렇게 ‘구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골프는 쉬워진다. 볼이 가는 곳에 구멍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쉬운가. 또 얼마나 편한가. 구멍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이리 빼고 저리 빼는 것도 아닌데. 보이는 ‘구멍’에 넣지 못한다면 ‘남자’도 아니다. 3퍼트로 고민하는 골퍼들은 퍼터를 세우고 자신있게 쳐라. 볼에 눈은 없지만 ‘구멍’을 찾아가는 재주는 있다. 이걸 믿고 스트로크를 해야 된다는 얘기다. 괜히 애먼 ‘구멍’ 탐내지 말고 보이는 ‘구멍’에 집중하란 말이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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