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그 30일의 기록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내수부양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초이노믹스’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봉책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10~11월이면 초이노믹스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출범 30일을 맞은 2기 경제팀은 지금 첫 심판대로 향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내수부양정책을 내놓고 있다. 맨 오른쪽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사진=뉴시스]

지난 7월 16일 돛을 올린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목표는 내수경기 회복이다. 2기 경제팀의 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7월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 한국 경제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 최 부총리의 말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졌고, 7월 2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최 부총리는 재정ㆍ금융ㆍ세제ㆍ규제개혁 등을 통해 총 41조원 규모 이상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내수활성화ㆍ민생안정ㆍ경제혁신을 목표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에 맞먹는 11조7000억원의 확대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안도 적자 예산을 편성해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는 현재 지역별ㆍ금융권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 60%로 상향했다. 부동산이 국내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 여력도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LTVㆍDTI 완화를 통해 고금리의 비은행권 대출이 은행권 이동하면 이자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근로소득 증대세제ㆍ배당소득 증대세제ㆍ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당해 연도 평균임금 인상률이 최근 3년 평균 증가율보다 높을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각각 10%, 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근로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해 신설됐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시행해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인 ‘초이노믹스’의 등장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3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지수는 2기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7월 31일 연중 최고치인 2082.61포인트를 기록했다. 1기 경제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에도 살아나지 않던 부동산 시장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한 정책공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2기 경제팀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내수부양 나선 ‘초이노믹스’

 
정부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경제 전문 장관보다 정치인 장관이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금과 정책금융을 활용했고 재정ㆍ통화ㆍ금융의 정책 공조에도 성공했다. 실제로 지난 1기 경제팀은 한국은행과의 정책공조가 늦어지며 정책의 효과가 반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이노믹스가 시장에 확실한 경기부양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까지 이뤄지면서 시장의 경기 개선심리에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기 경제팀의 경우 정책 공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반응이 미온적이었다”며 “실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경기부양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에 시장은 더 크게 반응한다”고 전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초이노믹스’의 경기회복 의지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심리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번 금통위의 금리인하는 금리 인하의 실질적인 효과보다 시장의 심리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초이노믹스’가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내수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1조원 대부분이 주택구입 유도와 신용보증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원 성격의 자금이다”며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비취약계층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인금 인상효과가 나타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고액의 자산가와 외국인 투자자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당소득 증대세제이 효과가 서민층의 소득증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미국의 리쇼어링처럼 인센티브를 부여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기업이 국내로 되돌아오도록 유도하는 실질적인 기업투자 확대 방안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또한 임금인상 배당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업이 임금인상에 실제로 나설지 미지수다.

부동산 규제완화가 주택 매매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자산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빚을 내 집을 구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집을 장만했다”며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그 빚을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규제 완화가 주택 매매 증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2기 경제팀, 힘은 있지만 …

실제로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소비자보다는 대출금을 생활비로 쓰거나 은행권 대출로 이동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하면서 월세와 전셋값이 덩달아 상승해 오리려 집 없는 서민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부양정책 카드를 꺼낸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이 10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완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테이퍼링 종료가 다가오면서 금리 조기 인상론이 등장했다. 이는 본격적으로 부양책을 써야 하는 2기 경제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경기 부양정책의 효과가 반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연구원은 “10~11월이 되면 경기 부양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화정책 역시 10~11월 전후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한국은행의 입장에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신뢰를 시장에 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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