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제로법칙의 비밀

▲ 영화 ‘제로법칙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뉴시스]
컴퓨터 천재인 코언 레스. 그는 연산 시스템 회사 맨컴에서 일하며 매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삶의 의미를 깨우쳐줄 특별한 전화를 받지만 사소한 실수로 그 전화를 끊어버리고 만다. 이후 다시 걸려올 특별한 전화만 기다리게 되고 그런 그에게 출퇴근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결국 코언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재택근무를 신청하지만 담당 의사의 진단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 거절당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맨컴의 회장을 만나 미스터리한 ‘제로법칙 프로젝트’를 제안 받은 그는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수락한다. 회사에서 파견한 상담전문가 쉬링크 롬의 도움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코언.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극한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현대인은 정보가 넘쳐나는 최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쉽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허무와 고뇌를 느낀다. 코언은 이런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제로의 법칙’은 팻 러신의 단편소설 「콜(Call)」에 테리 길리엄 감독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완성됐다. 테리 길리엄 특유의 재능과 영감으로 신선하고 매력적인 영상을 선보인다. 코언이 살고 있는 낡은 성당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신세계로 탈바꿈해 혼자만의 공간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언이 똑같은 일상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전화를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남자주인공 코언역은 테리 길리엄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뒀던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맡았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제로법칙 프로젝트를 위해 끊임없이 최첨단 장비와 씨름해야 하는 코언 레스를 연기했다. 테리 길리엄이 “그를 보고 있으면 최면에 빠진다”고 말한 것처럼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잘 표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변신의 귀재 틸다 스윈튼이 출연해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할지 궁금증을 준다. 이밖에도 ‘네이키드’의 데이비드 둘리스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맷 데이먼, 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티에리, ‘문라이즈 킹덤’의 루카스 헤지스까지 합세했다.

현대인의 외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

‘제로법칙의 비밀’은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첫선을 보였고 개봉 전부터 해외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는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소개됐다. ‘제로법칙의 비밀’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영화에 사용된 배경음악이다. ‘애나 앤드킹’ ‘Mr. 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등 다수의 작품에서 배경음악을 담당한 조지 펜톤이 참여했다. 일렉트로닉과 세계적인 작곡가 커트 웨일로에게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영화 속 곳곳에 사용해 주인공의 다양한 심리 변화와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해낸다. 환상적인 세계와 현실세계의 차이에서 코언은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의미를 과연 찾을 수 있을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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