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통하는 ‘합合의 경제학’

▲ 기업들이 이순신 장군의 말처럼 뭉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명량’의 한 장면.[사진=영화 ‘명량’ 스틸컷]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이순신 장군이 남긴 어록이다. 이 말은 재계도 관통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를 돌파하기 위해 인수ㆍ합병(M&A)에 힘을 쏟는 기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이른바 ‘합合의 경제학’이 재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공격적 인수ㆍ합병(M&A) 바람이 거세다. 먼저 식음료 기업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탈바꿈한 두산그룹이 10여년 만에 M&A시장에 뛰어든 건 대표적 사례다. 두산은 올 7월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에지파워를 인수해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선도업체 퓨얼셀파워도 인수했다. 두산은 연료전지 분야의 원천기술들에다 자사의 비즈니스 역량을 얹으면 이 분야에서 시장패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기업 인수에 신중하던 삼성전자는 올 들어 벌써 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8월 19일엔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2400만 달러(약 245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 5월에는 미국의 앱 서비스 개발업체 셀비(SELB Y)의 인적자산도 인수했다. 8월 14일엔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사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LG는 올 5월 디스플레이 구동칩 설계 전문업체인 실리콘웍스를 86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실리콘웍스는 국내 최대의 디스플레이 구동칩 설계 회사다. LG는 실리콘웍스 인수로 디스플레이 구동칩 설계역량을 직접 보유하게 돼 디스플레이 패널ㆍ스마트폰ㆍ태블릿PCㆍTV 등 주력 제품의 차별화와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올 3월 미국 수 처리 필터 업체 나노H2O를 2억 달러(약 2039억원)에 인수했다. 나노H2O는 자체 기술로 해담수용 역삼투압 필터를 생산하는 업체다. 나노H2O의 자체 특허와 LG화학의 화학 소재 설계ㆍ코팅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에 중점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솔루션 개발과 글로벌 R&D 역량 향상을 위해 올해 2건의 M&A를 단행했다. 지난 5월 말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Ie 카드 사업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는 동유럽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 3월 휴스턴에 설립한 석유개발 사업 전담 자회사 ‘SK E&P America’를 통해 M&A를 추진했다.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Plymouth)사와 케이에이 헨리(KA Henry)사가 보유해 온 미국 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한화케미칼은 올 8월 13일 폴리우레탄 원료(TDI)를 생산하는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하기로 하고 본 계약을 체결했다. 대주주인 KPX홀딩스와 특수관계자 지분 50.7%를 42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다. 이 회사는 1982년 국내 최초로 TDI를 생산한 중견 석유화학 회사로, 수출 비중은 매출의 75% 정도다. 염소는 한화케미칼 주력 제품인 폴리염화비닐(PVC)과 TDI 원료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8일 호주 엠피리얼사의 지분 4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호주 퀸즐랜드 주의 주택용 태양광 소매업의 선두주자다. 이번 인수로 연간 1GW에 달하는 호주 주택용ㆍ산업용 태양광 시장 진출와 태양광 연계 에너지 절감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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