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필요한 까닭

▲ 미래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앞날이 걱정스런 이유는 단 하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다. 하지만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년 후 혹은 10년 후 미래가 결정된다면 밤잠 설치게 만드는 걱정을 절반쯤은 덜 수 있을 게다. 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돈 걱정 신드롬(Money sickness syn drom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말은 영국의 정신건강학자 로저 헨더슨(Roger Henderson)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돈 걱정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돈 걱정으로 인한 증상은 호흡곤란ㆍ두통ㆍ구역질ㆍ발진ㆍ식욕 부진ㆍ이유 없는 분노ㆍ신경질ㆍ부정적인 생각 등으로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돈 관리 안 되니 돈 걱정

우리나라 국민도 이 질환에 노출돼 있다.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놓이면서 돈 걱정 신드롬은 한번 휩쓸고 갔다. 경기가 좋다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나들 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는 부동산투기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이들의 성공담이 퍼졌다. 때문에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 이들은 조급함과 불안감을 느꼈다.

‘한국경제는 장밋빛’이라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는데도 체감경기는 한겨울 못지않은 요즘도 많은 이들은 돈 걱정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돈 걱정 신드롬을 앓는 이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가계 빚이 1000조에 이른다니 빚 걱정까지 보탠다면 그야말로 암담하다.

그런데 돈 걱정 신드롬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돈 걱정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정작 스스로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따져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거다. 재무설계 상담을 하다보면 연봉, 다시 말해 대략의 소득은 알고 있지만 매월 얼마의 돈이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오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지출은 어떤가. 머릿속에 있는 지출액과 실제 지출액은 많이 다르다. 특히 신용카드를 쓰면 더욱 그렇다. 결제를 해도 실제 지출은 한달 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를 쓰고 있는지 모르니 앞으로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는 건 당연하다. 10년 혹은 20년 후의 미래가 아니다. 당장 다음달에 나갈 돈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계산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불안하고 초조하며 돈 걱정 신드롬에 시달리는 거다.

많은 이들이 이처럼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지도 않고 그저 더 많은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해 노력한다. ‘돈의 노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연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돈에 끌려 다닌다는 얘기다. 돈은 속성상 누구에게나 제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하나하나 따져보고 계획하지 않으면 돈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매일 우리를 힘들게 하는 돈 걱정 신드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하나는 차고 넘칠 만큼의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재테크다. 하지만 최근 재테크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서다. 또 다른 방법은 재무설계를 하는 거다. 필자가 재무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1년 후 혹은 10년 후의 돈 쓸 일을 미리 계획하고 사는 사람들은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거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도 높다. 말하자면 돈에 대한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된다는 거다. 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버는 것과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쉬울까. 당연히 후자다.

더 못 번다면 관리라도 해야

소득과 지출, 그리고 앞으로 돈 쓸 일에 대해 따져보는 일, 다시 말해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 언제 어디에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얼마를 썼는지 계획하고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돈 걱정을 덜 수 있다. 계획을 해서 돈을 벌고 쓰면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 나가기도 훨씬 쉽다. 목적한 자금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안도감도 생긴다. 가계부를 써서 지출되는 돈에 꼬리표를 달 수 있으니 결산을 통해 새는 돈도 잡아낼 수 있다. 이 과정이 바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라 불리는 과정이다.

이 작업은 상당히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다.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도 이런 저런 핑계로 지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건 웬만한 끈기가 아니면 힘들다. 게다가 현대인의 소득과 지출구조는 나름 복잡성까지 띠고 있다. 재무컨설턴트는 이런 재무설계를 수립하는 것부터 실행과 평가까지 돕는 것이다.

격변하는 경제환경에서 돈 걱정 신드롬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돈 걱정 신드롬을 걷어내지 않고는 행복할 수 없다. 펑펑 쓰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벌고 있는 게 아니라면 벌어도 벌어도 끝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곽상인 ING생명 재무컨설턴트 marx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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