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물질이 행복을 보장해 준다는 믿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을 신중하게 고민했던가. 요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부동산이 생각났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한때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분 적이 있었다. 특히 무슨 프로젝트니,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하면서 풍성한 개발호재를 앞세워 지방의 토지를 싼 가격에 매입한 후 여기에 많은 이윤을 붙여 파는 부동산 매매가 성행했다.

▲ 기획부동산 피해자가 법원 앞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를 흔히 ‘기획부동산’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적은 돈으로도 자기만의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유혹했다. 미래에 10배 아니 그 이상 오를 것이라며 탐욕을 자극했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가 몰렸고, 그들은 하나의 토지를 여러 사람이 공동소유하도록 지분등기를 해줬다. 물론 나중에 분할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옛 국토계획법은 ‘녹지지역ㆍ관리지역ㆍ농림지역 및 자연환경보전지역 안에서 토지를 분할하는 건 개발행위로, 개발행위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기획부동산이 매각한 땅 중 상당 부분을 분할할 경우에는 개발행위허가권자의 허가를 득해야 한다.  이처럼 농지나 임야 등 농림지역이나 자연환경보전지역에 해당하는 토지의 분할은 당연히 보장되는 게 아니다. 그러자 부동산업자들은 먼저 공유물분할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공유물 분할의 조정조서를 작성하는 등 공유물분할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토지분할 허가를 신청하면서 허가권자에게 제출했다. 법원이 공유물 분할의 판결을 내렸으니 토지를 분할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종의 압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허가권자가 공유물분할의 확정판결에도 토지분할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이런 거부처분에 행정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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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유물분할 확정판결이 개발행위허가권자를 구속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 국토계획법상 토지분할 허가제도의 취지ㆍ목적, 개발행위허가권자의 재량권의 범위, 지적에 관한 법률 규정의 취지 등에 비춰볼 때, 개발행위허가권자는 신청인이 토지분할 허가신청을 하면서 공유물분할 판결 등의 확정판결을 제출하더라도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개발행위 허가기준 등을 고려해 거부처분을 할 수 있으며, 이런 처분이 공유물분할 판결의 효력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공유물분할의 확정판결이 있더라도 허가권자는 여러 사안을 참작해 토지분할을 불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분할하지 못하고 지분으로 공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분할을 호언장담했던 부동산업자들은 사기로 고소를 당했다. 형사처벌을 받는 예도 많았다. 문제는 공유지분만으론 재산권 행사가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도, 매각을 하는 것도, 개발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재산적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결국 큰 돈을 벌기는커녕 귀한 재산이 묶일 수도 있다. 심지어는 가진 것도 잃게 되는 불행한 경우를 맞기도 한다. 맹목적으로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돈을 쫓은 대가가 작은 것이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교훈을 곱씹어야 했던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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