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살리고 싶다면…

▲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주택 시민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주택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LTV와 DTI 규제를 완화했다. 이르면 추석 이후 청약제도 개편ㆍ재건축 규제 완화ㆍ주택거래신고지역 폐지ㆍ투기과열지구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대책이 무주택서민의 주택매매에 얼마나 힘을 실어 줄 수 있느냐다.

2007년 12월 ‘뉴타운 붐’을 일으키며 주택매매시장의 상한가를 이끌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무렵 주택을 구입했던 수도권 주민들은 단꿈을 꿨을 것이다. 주택 가격이 불과 10여년 만에 2~3배로 뛰어오르는 광경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집을 장만하느라 수억원의 빚이 늘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불도저를 자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親건설정책에도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2007년을 기점으로 제동이 걸렸고, 지금도 보합세다. 그 결과, 경기도 내 특정 택지개발지구에는 주택매매가격이 전세가를 밑도는 ‘깡통주택’이 등장했다. 과도한 빚을 지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하우스푸어’라는 딱지가 붙었다.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마련했던 주택가격 안정장치들을 규제철폐와 부동산경기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제거했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매매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첫 정책으로 주택담보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각각 70%, 60%로 완화했다. 주택청약제도 등을 개선해 기존 주택의 처분을 조건으로 신규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정책이 실제로 주택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1가구 1주택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주택매매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무주택서민이 구매자로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서민계층이라고 볼 수 있는 소득 5분위 중 3분위 계층의 올해 1분기 평균소득은 약 393만원이다. 평균 소비지출액은 265만원, 평균 비非소비지출액은 72만원을 제한 흑자액은 56만원이었다. 반면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평균주택가격은 약 4억원이다. 여유자금이 월 56만원인 서민층이 4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LTV 70%를 적용해도 주택가격의 30%에 해당하는 1억20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월 여유자금을 18년가량 모아야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게다가 여유자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은행에서 빌려야 하는 2억8000만원(LTV 70%에 해당)의 원금을 갚는데 42년이 걸린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라도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서민의 가계소득만으로 서울에서 주택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출을 줄여 자금을 마련하고 얘기할 수 있다. 지출을 크게 줄여 여윳돈을 200만원으로 늘리면 달라질까. 1억2000만원을 모으는데 5년, 2억800만원의 대출원금 상환에는 12년가량이 걸린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궁핍한 생활을 무려 17년이나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고생길이 열리는 것이 분명한데 주택을 구매하겠다고 나설 서민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주택구매대금을 더 많이 빌려주겠다는 정책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택매매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경환 부총리가 강조한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서민의 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주택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강세진 새사연 이사 wisecity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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