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냉정한 시사점

원하는 걸 꼭 살 필요는 없다. 잠시 빌리면 된다. 글로벌 Y세대(16~34세)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 Y세대 절반 이상이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의 소비 트렌드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유소비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거다. 기업들은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재빨리 벗어나야 할지 모른다.

▲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유'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우버의 모바일 서비스.[사진=뉴시스]
“미국에는 전동드릴이 8000만개나 있지만 평균 사용시간은 13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전동드릴을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요?”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의 말이다. ‘소유所有’ 대신 ‘공유共有’를 택해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가 넘는다. 우리 돈으로 10조가 넘는 금액이다.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기업가치도 170억~18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는 지금 ‘공유’에 열광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생산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소비자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가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와 액세서리 등도 대여하는 식이다. 미국 온라인 사이트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가 대표적이다. 월 75달러를 회비로 내면 매달 명품 제품 3점을 대여하고, 원하는 제품을 그때그때 빌릴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가입자는 500만명에 달한다. 스웨덴 기반의 음원공유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도 인기몰이 중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광고 팝업을 허용하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기반으로 한 소비가 화두”라며 “무소유 소비, 달리 말하면 공유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소비로 대표됐던 20세기 소비문화가 스마트시대에 효율적인 형태인 무소유(공유) 소비로 변하고 있다”며 “이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젊은 층일수록 공유소비에 적극적이라는 거다. 최근 프로슈머 리포트의 ‘The Consumer and The Sha ring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16~34세의 소비자들, 다시 말해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Y세대는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한다. 올초 29개국 1만574명의 16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Y세대의 51%가 ‘소유보다 공유가 더 좋다’고 응답했다. 35~54세(45%), 55세 이상(37%)과 비교해 응답률이 훨씬 높았다.

 
공유소비에 열광하는 Y세대

이들은 앞으로도 공유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유소비를 경험했거나 할 예정이라는 응답 비율도 36%로 35~ 54세(28%), 55세 이상(15%)보다 훨씬 높았다. Y세대가 소비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 전 세계 소비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공유경제 서비스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유소비의 확대가 가져올 부정적인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암시장(black mar ket)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기존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규제도 공유경제 서비스 업체가 뛰어야 할 장벽이다. 곽현수 연구원은 “주류 경제학의 기존 모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경제 현상들이 곳곳에서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대량 생산•대량 소비에서 재빠르게 벗어나는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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