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왜 하락하나

▲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유가 하락세가 꺽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라크 내전 현장.[사진=뉴시스]

원유가격의 중력이 무겁다. 서부텍사스산(WTI) 가격은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떨어져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14개월래 최저치다. 중동ㆍ북아프리카ㆍ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과잉공급 우려가 시장을 압도하면서 유가하락을 이끌었다. 다만 이라크 내전 장기화 여부가 변수다.

원유시장이 빠르게 냉각됐다.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과잉공급 우려가 시장을 압도하면서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유가는 2개월 만에 배럴당 10달러 이상 빠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떨어져 최근 7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가격은 100달러대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이번 원유가격 하락은 미국•유럽의 정제수요 감소, 중국 원유 수입량 감소,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 하향 조정, 리비아 원유 공급 재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에 따른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과잉공급 우려에서 비롯됐다.

일단 브렌트유 시장의 경우, 과잉공급 우려가 크다. 브렌트유 선물가격(1~3개월물)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태가 2011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원유가 과하게 공급됐다는 방증이다. 이는 유럽ㆍ아시아의 실물수요 부진, 대서양 해역 분지의 과잉공급이 반영된 결과다. 이라크 내전, 러시아-우크라이나ㆍ서방국 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실질적인 공급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공급차질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가 각각 증산增産과 생산재개를 결정한 게 공급과잉을 이끌었다.

 
원유시장이 냉각된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원유수요 모멘텀이 약해서다. 올여름 미국 중서부와 걸프만 정제소들은 저렴한 원유 조달, 정제설비능력 증가, 내수ㆍ수출 증가로 생산을 늘렸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공급량이 증가했지만 수요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과잉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이유다.

중국의 원유수입 수요도 부진할 듯하다. 자국내 원유생산과 재고증가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 7월 원유수입량은 전년 대비 9% 줄어든 2376만t으로 집계됐다. 올해 1~7월 원유 수입량이 전년 대비 7% 늘어난 1억7572만t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월의 기점으로 원유수입량이 꺾인 셈이다. 중국의 전략비축유(SPR) 매입 둔화, 자국내 원유생산량ㆍ상업원유재고물량 증가로 당분간 중국의 원유수입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

이라크 내전 장기화가 관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가 원유공급을 재개한 것도 유가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년 동안 원유공급을 중단했던 리비아는 지난 7월 반군들과 협상을 통해 공급을 재개했다. 그러나 리비아의 공급차질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 현재 리비아는 이슬람 무장단체간 교전으로 통제불능 상태다. 리비아의 석유 공급에 대한 국제석유시장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원유 생산이 소폭 회복됐지만, 정상 수준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원유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 내전이 장기화됐을 경우다. 이라크는 OPEC 회원국 중 원유생산기대가 가장 큰 국가다. 지난 2월 이라크 원유 생산량은 일 360만 배럴로 3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생산목표는 하루 400만 배럴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공급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이라크의 장기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수록 유가 전망치의 상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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