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 저자 이한세

전국 실버타운을 낱낱이 조사했다. 입주비용은 물론 식사, 의료서비스, 입주자 성향, 분위기까지 모조리 쓸어담았다. 연구기간 1년, 비용 2억원이 들었다는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는 말 그대로 ‘실버타운 조사서’다. 그런데 여성이 보기에 제목이 참 거시기하다. 책 한번 팔아보겠다고 제목빨 제대로 세운 것 같다. 그래서 더스쿠프 여성 기자가 저자를 찾아갔다.

▲ 이한세 스파이어 리서치&컨설팅 대표는 "실버타운을 무조건 비싼 곳으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요즘 서점가에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하나 등장했다.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다. 책 제목이 좀 묘하다. 책을 본 이들은 대부분 지나치지 못하고 발길을 멈춘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책 제목이 왜이래…”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되면 이혼부터 할 것”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

40~50대 여성들이 주로 이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남자들은 조금 다르다. “양로원과 실버타운과 차이가 뭐지” “부인이 보면 기분 나쁘겠네”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600쪽이 넘는 부담스러운 이 책에 시선과 손이 끌리는 이유는 순전히 제목빨일까. 여성들을 분노케 만든 이 책의 저자를 만나봤다.

✚ 책 제목을 보자마자 기분이 나쁘더라.
“사실 화나라고 지은 타이틀이다(웃음). 제목을 짓기까지 한달 정도 걸렸다. 이 책의 타깃이기도 한 40~50대 전업주부를 모아놓고 수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에게 제목에 사용될 단어를 보여줬다. 이들에게 ‘실버타운’ ‘양로원’ 한 단어씩 보여주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친정엄마’ 얘기가 나오자 눈물부터 닦는 이도 있다. 애틋한 마음이 있다 보니 이런 반응이 나온 거다. 타이틀을 보자마자 얼굴부터 벌게지는 이도 있다.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 모두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단서다.”

✚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게이트’라고 보면 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흥분할 필요가 없다. 사실 ‘실버타운’과 ‘양로원(양로시설)’은 다른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실버타운ㆍ양로원ㆍ요양원을 혼동한다. ‘실버타운은 돈 많은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

✚ 무슨 말인가.
“유료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 두가지 시설이 실버타운에 해당된다. 양로원이라고 나쁘고 실버타운이라고 돈 많은 이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등록된 양로시설 중에는 호텔급 시설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 양로원 하면 우울한 이미지가 있다.
“고발 프로그램 등으로 양로원 하면 무조건 안 좋게 보는 이들이 많다. 양로원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 양로원은 무료양로원ㆍ실비양로원ㆍ유료양로원 세가지로 나뉜다. 실비양로원와 무료양로원의 경우 정부에서 보조해준다.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만 입소할 수 있다. 유료양로원은 정부 보조 없이 입주민을 모집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설이 좋은 편이다.”

 
✚ 노인복지주택은 뭐가 다른가.
“연령제한은 60세 이상으로 유료 양로시설과 동일하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등기 이전을 통해 매매 가능하다. 분양 후 입주보증금 제도를 활용해 실버타운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유료 양로시설은 법적으로 분양이 불가능하다. 매매가 불가능하다다는 것인데, 호텔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실버타운 시장 서서히 열리고 있어”

✚ 책을 보니 총 30곳의 실버타운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실버타운 선정하는 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
“없다. 전국에 실버타운의 자격이 되는 곳을 모두 조사했다.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노인복지주택유료양로원 중 100인 이상 입주 가능한 곳, 운영상 문제가 없는 곳만 추려 조사했다. 전국에 이 기준을 충족하는 실버타운은 총 30곳이었다.”

✚ 생각보다 숫자가 적은 것 같다. 왜 그런 건가.
“전국에 실버타운이라 부를 만한 곳은 30곳밖에 안 된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금의 40~50대 자녀들은 부모님을 실버타운에 보내는 걸 꺼린다.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지금 40~50대들은 실버타운에 보내주면 효자라고 생각한다. 노년시절을 실버타운에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40대도 있다. 변화의 물결이 빨라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 실버타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시점은 언제쯤일까.
“당장은 아니다. 과거 대기업들이 실버타운 건설에 나섰다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지 않았나. 5년 후일지, 10년 후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자신을 위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현재 65세 인구가 600만명 정도다. 10%면 60만명이고 1%면 6만명이다. 상위 1%만 움직이기 시작해도 가파르게 성장할 거다. 그런데 현재 30개 실버타운의 수용 가능한 인원수는 5000명에 불과하다.”

✚ 앞으로 수요가 늘면 공급 부족 현상을 겪겠다.
“현재 한국은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있다. 부모를 꼭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녀가 줄어들고 있다. 자녀들과 따로 살기를 원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노인들을 받아줄 기관이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버타운도 마찬가지다.”

✚ 실버타운을 이용하는 이들의 니즈가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익숙하지 않다. 특히 한국 남성은 사교성이 떨어진다. 식사 문제도 중요하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냉장고에 식재료가 꽉 들어차 있어도 귀찮다는 이유로 챙겨 먹지 않는다. 경제력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영양결핍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런 이유로 실버타운을 찾는 이들이 많다. 실버타운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 부대시설은 물론 사회복지사들이 짠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 100세 시대가 오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해졌다.[사진=뉴시스]
✚ 그렇다면 어떤 실버타운이 좋은 실버타운인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곳은 없다. 동전의 양면 같다. 서울에 있으면 접근성이 좋은 대신 입주보증금이 비싸고 지방에 있는 경우 공기는 좋은 데 접근성이 떨어진다. 결국 입주하는 사람에게 좋은 실버타운이 좋은 곳이다.”

실버타운 선택시 주의사항 같은 게 있을까.
“직접 체험해 봐라. 실버타운이든 양로원이든 식당에서 식사 한번만 해보면 그곳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많은 실버타운이 해당 금액을 지불하면 외부인의 식사를 허용한다. 주변의 텃밭ㆍ산책로뿐만 아니라 피트니스ㆍ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지하철이 가깝다’고 홍보하는 실버타운에서는 직접 전철을 타 봐야 한다. 식당 위치도 체크해 봐야 한다.”

✚ 이유가 있나.
“일례로 식당 건물이 따로 있는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루에 세번 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이동이 불편하다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고 생각해 봐라. 용인의 한 실버타운의 경우 전체적으로 시설이 훌륭하지만 식사를 하려면 식당이 있는 아파트 건물로 이동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는 직접 체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실버타운ㆍ양로원, 직접 눈으로 봐야

✚ 지인들에게 실버타운을 추천해 준다면.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을 추천하고 싶다. 이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갑자기 닥쳐서가 아니라 자신에 맞는 곳을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는 거다.”

✚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실버타운은 그림의 떡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달 생활비가 70만원 정도 하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실버타운을 예로 들어보자. 실평수 49㎡(약 15평)에 세끼가 포함돼 있다. 관리비ㆍ공과금까지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한달 생활비가 30만원인 곳도 있다.”

✚ 실버타운을 직접 취재하면서 ‘의외’의 것을 느끼거나 경험했을 거 같다.
“지금까지 실버산업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이렇겠지’라며 실버산업에 접근하면 망하기 십상이다. 노인이 돼보지 않은 이들은 노인을 이해할 수 없다. 노인은 여자와 비슷하다. 여자들의 성향이나 취향이 다양하듯 노인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니까 이렇다’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 예를 들어 준다면.
“80대 할머니도 “피부가 좋다”는 말에 소녀처럼 좋아한다. 이들도 여자다. 실버타운에서는 ‘삼각관계’가 종종 있다. 부부 입주민의 경우 젊은 할머니가 입주하면 긴장한다. 동호회 활동 등으로 몰려다닐 때는 중고등학생들과 다를 게 없다.”

 
✚ 실버타운을 조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리서치 회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노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인을 위한 서비스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실버타운을 방문했다. 이때 접한 실버타운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자고 책을 쓴 거다.”

✚ 굳이 책까지 써서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한국 사람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검증하는 데 약하다. 물건을 사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물건을 사더라도 그램 수까지 꼼꼼하게 따져 구매한다. 한국 사람들은 다르다. 귀가 얇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그게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만큼 중요한 일인데도 정보를 객관화해 얻기보다 쇼핑에서 옷을 구매하듯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된 정보를 가공해 알려주고 싶었다.”

✚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고 들었다. 연구에 1년여 시간과 2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들었다.
“큰 맘 먹고 일생일대의 투자를 했다. 개인적으로 꼭 연구를 하고 싶었다. 부친이 요양원 입소를 2주 앞두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미리 요양원에 입소했다면 유명을 달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를 통해 미리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 조사를 더 진행할 계획도 있나.
“향후에는 실비양로원, 도내양로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생각이다. 같은 양로원이라고 해도 운영진의 철학 등에 따라 그 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이 차선책으로 좋은 양로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통합 정보서를 낼 계획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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