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수혜업종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생산보단 소비지표가 먼저 반응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자동차, 화학, 건설, 호텔ㆍ레저 등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자동차ㆍ화학 업종이 금리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자동차 업종에선 수입차가 활개를 치고 있고, 화학 업종은 중국 경기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14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5월 금리를 인하한 이후 15개월 만이다. 2009년 2월 기준금리를 2%로 내린 이후 두번째로 낮은 기준금리다. 어떤 투자 전략이 필요할까.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 인하 이후 단기적으로는 생산보다 소비지표가 강하게 반응한다”며 “내수 소비지표 개선에 반응했던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2000년 이후부터 올 6월까지 정책금리 인하 직후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의 평균 월간 변화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소매판매가 산업생산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금리 인하 당시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49% 상승했고, 인하 1개월 이후에는 0.52% 올랐다. 산업생산 증가율의 경우, 각각 마이너스 0.83%와 플러스 0.37%로 소매판매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정책금리 인하 효과가 내수소비 관련 지표에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내수 소비지표 개선에 반응하는 업종은 무엇일까. 2000년 이후부터 올 6월까지 소매판매지표와 업종별 주가수익률ㆍ상승확률(월간 플러스 수익률 확률)을 비교해 보면,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플러스를 기록했던 구간에서 자동차, 화학, 유통ㆍ소매, 호텔ㆍ레저, 건설업의 월 평균 수익률과 상승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예상대로 자동차 업종은 소매판매 개선 국면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상승확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현황을 보면,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판매가 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5%였던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10년 6.9%, 2012년 10%로 상승하더니 올 7월에는 14%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소비지표 반응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입차가 무조건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또한 개성을 강조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 수입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차에 비해 좋은 연비도 한몫했다. 최근 수입차의 디젤 모델이 잘 팔리는 이유다. 반면 국내 대표 자동차기업인 현대차ㆍ기아차에겐 타격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점유율이 68%까지 떨어졌다. 2012년 71%에 비해 3%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맥락에서 내수경기 회복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과거에 비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국산차보단 수입차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화학업종 역시 내수보단 중국 경기 모멘텀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화학업종의 상대주가를 보면, 중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화학업종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띤다. 현재 중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단기 고점을 형성한 후 하락 전환했다. 중국 경기 사이클의 둔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적어도 국내 화학업종에 대한 단기적인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건설, 성장성이 높은 호텔ㆍ레저, 가격 메리트가 있는 백화점은 높은 정책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건설업은 상당히 많은 호재를 가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주택가격 상승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최경환 경제팀은 6월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시사했고, 8월 1일 LTV, DTI를 각각 70%, 60%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비수기인 7월에도 부동산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 7월 부동산 거래량은 537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18건)에 비해 두배가 넘는다. 2010~2012년의 7월(약 2000~3000건)과 비교해도 높은 거래량이다. 주택가격은 건설업종 상대주가에 선행한다. 2005년 이후 시차상관계수로 판단하면 주택가격은 건설업종 상대주가에 7개월 정도 선행한다.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 추후 건설업종이 양호한 수익률을 낸다는 것이다. 다만 내수 주택경기 정상화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산업개발(매출 중 내수비중 100%), KCC(82%) 등이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 정책금리 인하에 따라 건설·호텔·백화점 업종의 성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호텔ㆍ레저 업종은 성장성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우선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중국인 관광객(국내 관광객수의 40%)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호텔업의 외형성장 기대가 크다. 올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수는 267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규모다. 복합리조트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월 12일 영종도와 제주도에 추진 중인 4개의 복합리조트 사업에 약 8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손쉽게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내년에 온라인 비자 발급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인 관광객 전용 케이블TV 채널도 신설해 중국어 방송도 준비 중이다. 특히 국내 호텔ㆍ레저산업의 성장은 싱가포르와 비교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0년 카지노 중심형의 복합단지를 레저, 엔터테인먼트ㆍ쇼핑ㆍ국제회의 등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복합리조트 형태인 IR(Integra ted Resort) 시설로 확 바꿨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관광수입은 2009년 94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91억 달러로 두배 이상이 됐다. 반면 한국은 2009년 98억 달러로 싱가포르보다 규모가 컸지만 지난해 143억 달러를 기록하며 추월당했다. 이에 따라 호텔ㆍ레저 관련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8월 13일 12만4000원에서 21일 12만7500원으로 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3만5750원에서 3만7650원으로 올랐다.

자동차ㆍ화학, 성장 주춤

가격 메리트가 있는 백화점 업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유통업종의 경우, 과거 경험상 소비지표 개선 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업종이다. 최근 발표된 소득계층별 향후 소비지출전망지수를 보면, 고소득층(월 소득 400만원 이상)의 소비심리가 가장 먼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백화점 판매증가율과 고소득층의 소비지출전망지수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백화점 매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백화점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롯데쇼핑은 0.56배, 신세계는 0.89배, 현대백화점은 1.02배다. 백화점 업종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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