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의 CEO Story

▲ 최근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특히 금융권에는 칼바람이 몰아친다.[사진=뉴시스]
업종을 불문하고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고학력, 튼튼한 커리어를 갖고 있어도 재취업은 녹록지 않다. 특히 이전 직장에서의 ‘높은 직함’은 훈장이 아니다. 오히려 취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를 모셔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더 위험하다. 자세를 낮추고 예전의 지위나 연봉에 연연하면 안 된다. 신문 보기가 겁난다.

여기저기서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다. 마치 IMF 외환위기 때를 방불케 한다. 특히 금융권 일자리는 최근 1년 동안 5만개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금융권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희망퇴직’ 명목으로 5000여명의 금융권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다. 외국계 C사의 경우 전체 3분의 1에 달하는 지점 폐쇄에 이어 희망퇴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 H사 역시 영업점 통폐합을 추진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2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상태라고 한다. 국내 대형은행 2곳도 합병을 진행 중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또 한번 매머드급 퇴직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 그 매서운 바람

‘구조조정’ 관련 기사들로 도배하다시피 한 신문을 읽다 보니 문득 재취업에 성공한 P씨가 떠올랐다. 그는 규모는 작지만 이름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실적이 워낙 좋아 40대 중반에 사장에 올랐다. 그로부터 몇년 후에는 회장 직함까지 달았다. 회사 차원에서 예우를 해준 거였다.
하지만 P씨 역시 구조조정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회사를 떠났다. 젊은 나이에 회장 자리까지 올라간 P씨였던 만큼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여러 회사에 문을 두드린 그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은 최고자리까지 올라갔던 사람이 상무나 전무 자리에 만족할 수 있겠느냐며 부담스러워 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실적악화로 신입사원이나 경력직 외부인원 채용까지 동결된 상태였다. 현직에 있을 때 회장 직함은 금융권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벼슬 같았다. 하지만 퇴직 후 회장 직함은 족쇄가 됐다. 결국 1년 동안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P씨가 필자에게 도움을 청해 왔다.

필자는 그에게 “도박 한번 해보자”며 “직급이 애매모호한 본부장급 자리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P씨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P씨는 “1년 반 만에 출근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구조조정이 잦은 금융권은 일자리가 제한돼 있다. 반면 경쟁자는 많은 레드오션(Red Ocean) 시장이다. 경제학자들은 ‘우리는 현재 긴 불황을 예고하는 터널 초입에 들어섰을 뿐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장기 불황으로 들어가는 시점에 구조조정으로 퇴사했을 경우 6개월 내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지 모른다. 최대 6개월 정도 신중하게 구직활동을 했다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더 힘든 상황을 면할 수 있다. P씨의 사례처럼 재취업에 있어 직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높은 직함은 재취업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구직자들은 예전의 지위나 연봉에 구애 받지 않는 자세를 갖는 게 좋다.

조건보다 중요한 건 재취업

조건만 따지다 보면 취업시장으로 새롭게 나온 사람들에게 밀려 경쟁력을 잃게 된다. 또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솔직히 드러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퇴직 후 ‘나를 모셔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거나 미리 자포자기하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비단 금융권 얘기만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에게는 특유의 위기 극복 DNA가 있다. 적극적인 자세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 신중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용기를 갖고 있다면 재취업의 길은 반드시 열린다.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을 지혜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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