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노란 종이배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사는 학생을 보호ㆍ감독할 의무가 있다. 학생에게 예측가능한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이든 도의적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 대법원은 “학교 내 교육활동, 그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3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부모가 있었다. 딸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장소는 물놀이 시설이었고, 학년부장 선생과 담임 선생이 동행했다. 딸은 친구들과 2시간 정도 파도풀장에서 놀기도 하고 놀이기구도 탔다. 그런데 점심을 먹은 후 목에 가래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연방 기침을 했다. 결국 119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 도중에 의식까지 잃었다.

그 초등학생은 지금 중학생이 됐다. 다행히 별탈 없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동일한 증세를 보여 본인은 물론 가족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부모는 관리를 제대로 못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잘못으로 딸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풀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해 왔다. 교사는 학생을 보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 이런 보호ㆍ감독의무를 위반해 학생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요즘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을 경우에도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울러 어느 범위까지 책임이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교사는 학생들을 보호ㆍ감독할 의무를 갖고 있지만 이는 학교 내에서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다. 교육활동, 그리고 교육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한다. 의무범위에 있는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교육활동의 때ㆍ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교사가 보ㆍ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

 
요약하자면 교사의 보호ㆍ감독의무는 학교 내에서의 교육활동, 그리고 그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에만 있다는 거다. 추가하자면 사고도 학교생활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예측되거나 예측가능성이 있는 경우여야 한다.

수업 중인 교실에 가해학생이 칼을 들고 들어와 피해학생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보자. 법원은 소속 교사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반면 고적답사를 겸한 졸업여행 중 숙소 내에서 휴식시간에 학생들 사이의 폭력으로 한쪽 눈을 실명한 사건에선 교사의 보호감독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학교 측의 안전교육이나 사전지시에 따르지 않고 돌발적으로 벌어진 사고로 예측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첫번째 사례로 돌아가 보자. 딸을 체험학습에 데려간 것 자체가 교사의 보호ㆍ감독의무 위반이라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 교사들이 물놀이시설에서 보호ㆍ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근거자료도 없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주변을 밝게 만들지만 부정적인 에너지는 침울하게 한다. 선생님이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와 아빠가 누군가를 원망하고 용서하지 못해 가정에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하다면 아이는 밝게 자라기 힘들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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