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이청종 후이즈 회장

이립(而立ㆍ서른)의 나이에 창업을 했다. 도메인 등록 사업이라는 신천지를 열어 15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청종 후이즈 회장.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준비 중인 그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개척하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소프트웨어(SW) 최강국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이 회장과 만났다.

 
“차별적인 기능을 내장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와 획기적인 혁신을 실현한 인테리어 제품을 석달 안에 선보일 겁니다. 둘 다 그 분야의 플랫폼 비즈니스 자리를 노린 것들이죠.” 이청종(45) 후이즈 회장은 “창조경제를 추동하는 정부가 플랫폼과 시장을 같이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무료 전화 서비스 다이얼 패드와 역시 세계 첫 SNS인 싸이월드는 플랫폼 전략이 없었기에 실패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새로운 플랫폼이 됐고요. 검색엔진으로 출발한 네이버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플랫폼 구실을 하고 있죠. 하지만 네이버가 만들어낸 세계는 공정한 생태계라고 보기 어려워요.”

✚ 후이즈 SNS의 차별적인 기능이 뭔가요?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페이스북엔 없는 기능이 들어갑니다. 그 덕에 콘텐트를 공유하는 페북은 일주일에 한번 접속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우리가 내놓을 SNS는 사용자들이 매일 들어가게 될 겁니다. 페북엔 없는 홈페이지 마법사도 제공하고 쇼핑몰도 운영할 수 있게 할 거예요.”

✚ 우리나라 SW, 나아가 우리 정보기술(IT) 산업이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SW 강국이지만 한국이 지존이 될 수 있어요. 시장조사 차 미국에 갔더니 구성원이 1000명쯤 되는 회사도 전자결재를 하지 않더라고요. 권한 위임이 잘 돼 있는 데다 결재를 하는 문화 자체가 뿌리를 내리지 않은 듯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만큼 그룹웨어를 많이 쓰는 나라가 없습니다. 미국 기업에 메일, 메신저, 화상회의, 웹하드에 회계 기능까지 현존하는 모든 툴을 장착한 후이즈 그룹웨어를 제시하면 사겠다고 할 겁니다. 전략적으로 1년 간 무료로 서비스할 수도 있고요.”

✚ 미국 시장에 그룹웨어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공급할 미국 업체가 없다는 건가요?
“메일은 구글, 메신저는 마이크로소프트(MS), 화상회의는 MS가 인수한 스카이프 식으로 아이템별로 거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그룹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투자를 받기가 어려웠던 거 같아요. 말하자면 기득권을 쥔 이들 공룡이 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셈이죠. 개발비가 우리나라보다 5배는 더 드는 점도 제약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하기는 우리 회사도 우리 돈 들여 개발한 거지 개발비에 대한 외부 투자는 못 받았을 거예요.”

그는 지난 2년간 해외시장을 탐색하기 위해 미국 외에도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인도 등 10여 개국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견문도 넓혔지만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특히 인도에 대해 그는 IT 강국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인도는 IT ‘노가다’ 강국입니다. 설계자는 거의 없고 설계된 문서를 코딩만 하는 3~4년 경력의 노가다 프로그래머만 넘쳐났어요. 문학에 비유하면 이렇다 할 작가는 없고 그저 그런 번역가만 많은 격이죠. 그런데도 이 시장에 들어간 국내 SW 업체가 없습니다. 심지어 필리핀, 태국 같은 나라는 거의 SW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국내 SW 업계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조차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게임 업체 몇 개가 들어갔을 뿐입니다. SW는 문화의 장벽도 거의 없는데 말이죠.”

✚ 언어 장벽 때문인가요?
“우리 회사의 그룹웨어는 장착할 때 해당 국가의 국기를 클릭하면 그 나라 말로 깔립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어까지 언어 팩이 있어요. 이 점에서는 SW가 공산품보다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에 다국어 팩을 집어넣는 데는 한계가 있죠. 언어 장벽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저는 심리적 장벽이 더 높다고 봅니다. 창업 후 자리가 잡혀 해외 진출을 노릴 때쯤이면 창업자가 대개 50대입니다. 해외로 나갈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나이죠.”

✚ 후이즈는 일찍이 일본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SW 경쟁력은 어떻게 보나요?
“대형사는 미국이 우위에 있지만 개발력, 내부 시스템 운용 면에서는 일본도 상당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젊은 벤처가 별로 없다 보니 참신한 웹 비즈니스가 출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죠. 그런 점에서 일본이 글로벌 웹 비즈니스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거로 봅니다.”

✚ SW 산업은 일본이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건가요?
“그렇게 봅니다. 일본 사람들의 국민성이랄까 기질과도 관계가 있는 거 같아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때로는 무모한 도전도 하잖아요?” 그는 제조업처럼 SW도 외국에 수출하면 국내 기업들이 얼마든지 시장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한 업체가 독식해 봤자 몇백억짜리 시장입니다. 시장이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야 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 업계 1위가 돼도 더 성장하려면 다른 부가 서비스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인구가 1억명은 돼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것을 선호해 신제품으로 갈아타는 교체 주기가 짧습니다. 휴대폰의 경우 교체 주기가 미국 시장의 3분의 1선인 2~3년이에요. 그 덕에 인구는 5000만명이지만 1억500 0만명 규모의 시장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그래서 국내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한 글로벌 진출을 노릴 수 있습니다. SW 개발자의 임금 경쟁력 면에서도 부대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3배는 높습니다.”

✚ IT 쪽은 우리나라가 노동 생산성이 더 높다는 건가요?
“인건비 면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대기업ㆍ중소기업간 고질적인 하청 구조, 그로 인한 저임, 임금 체불 등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3~5단계인 하청 구조의 맨 아래에 있는 개발 업체엔 해당 프로젝트 예산의 약 40%밖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 이런 대기업ㆍ중기 양극화 상황에서 정부는 뭘 해야 하나요? 벤처 1세대로서 고언을 한다면 어떤 주문을 하고 싶습니까?
“정부 조달 시스템을 직거래 중심으로 더 바꿔야 합니다. 대기업보다 실제로 개발 인력을 보유한 중소 업체가 성장하도록 도와야죠. 이들 업체의 해외 진출도 지원하고요. 정부도 정부지만 정치권 차원에서 우리나라 SW 산업의 생태계를 어떻게 구성할 건지, 선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등을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정책 담당자도 한번쯤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 맡아야 돼요. 직업 관료들이 맡다 보니 아쉽게도 업계 전체의 생태계엔 관심이 없고 공룡들이 사는 ‘쥐라기 공원’의 환경만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 창조경제와 SW는 어떤 접점이 있나요?
“찰떡궁합이죠. SW 업계에선 1인 창업이 성행하는데 1인 창업이야말로 창조경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모바일 쪽은 시장이 거의 무궁무진합니다. 광속으로 시장이 변해 활황일 수밖에 없는 구조죠.”이 회장은 1인 창업을 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동부건설에 다니다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타격이 컸던 건설사들이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기혼자들이 생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회사를 그만뒀다. 건설 회사가 취향에 맞지 않아 설계 회사를 알아봤지만 거기도 사정이 비슷했다. 창업 외엔 대안이 없었다. 구상해 둔 아이템들은 창업에 최소 1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인터넷 쪽으로 눈을 돌렸다.

창조경제와 SW는 찰떡궁합

나이 서른, 막다른 골목에서 노트북 한대로 집에서 시작한 인터넷 비즈니스가 도메인 등록 대행이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관문. 첫달에 1000만원을 벌었다. 창업 첫해에 6억5000만원, 이듬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버 호스팅, 홈페이지 제작, 웹 컨설팅, 인터넷 데이터 센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전공인 건축을 살려 발광다이오드(LED) 시장도 탐색했다. 도메인 사업의 비중은 현재 40%선. 이 회사의 도메인 기업 회원은 70만에 이른다. 후이즈가 가동을 멈추면 이들 기업의 사이트가 사이버 세상에서 사라진다.

✚ SW 개발자도 근로조건은 열악한데 창업을 해야 하나요? 대학생 창업은 어떻게 보나요?
“개발자는 창업하면 대부분 망합니다. 창업은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나 시장의 니즈를 알고 있는 사람이 해야 돼요. 대학생의 창업에 대해서도 저는 반대합니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데다 세상 물정을 몰라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육 받고 고교 시절에 장사도 해 보는 미국과는 달라요. 대기업에 들어가려 학창 시절 졸업도 미루고 빡세게 스펙 쌓기 위한 공부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페이스북을 창업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나라는 취업해 5년 이상 경험을 쌓고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해야 합니다. 반면 대학생은 창업 예비군으로 양성해야 돼요. 창조경제 한다고 대학생 창업 지원에 돈을 푸는데 자칫 빚쟁이만 양산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어요.”

▲ 벤처 1세대인 이 회장은 "창업은 조직생활을 경험한 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창조경제는 이 정부의 핵심 정책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정책 자문 그룹 구성을 소홀히 한 것 같습니다. 창업도 전문가가 있습니다. 5~10년 조직 생활을 한 사람이 창업할 때 성공 가능성이 더 커요. 이들 가운데서 지원 대상을 고르는 게 대학생 중에서 선별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성공하는 사업가들이 나와야 고용도 늘어납니다.”

✚ 단적으로 SW 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나요?
“한민족은 DNA가 우수합니다. 특히 머리가 좋죠. 그런데 SW 개발은 머리로 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매달려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엔 세계적인 SW 회사가 없을까요? 거의 모든 솔루션이 미국산입니다. 마치 조선조 때 명나라와의 관계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조심스럽지만, 제가 SW 업계의 이순신이 한번 돼 보려 합니다.”
 
그는 한국 SW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이즈가 성공하면 우리 SW 업계도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량해전 당시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에겐 고작 열두척의 배가 있었다. 영화 ‘명량’을 보면 그를 돕는 사람도 없었다.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도 그의 편이 아니었고, 경상우수사 배설은 심지어 한 척 남은 거북선을 태우고 달아난다. 치열한 해전이 벌어지지만 이순신이 탄 대장선만 고군분투한다.

✚ 열두척의 배는 있습니까?
“우리 직원이 140명입니다. 열두척에 나눠 싣는다면 한척 정도는 저와 이런 의지를 공유할 거예요. 그러고 보니 내부 환경도 이순신 장군과 비슷하군요.”

✚ 미국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건가요?
“일본시장 진출 땐 대리인이 나갔었지만 미국은 제가 직접 나갈 겁니다. 활동 거점을 아예 미국으로 옮기는 거죠. 시기는 내후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연구ㆍ개발(R&D) 기지가 될 거예요.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고 특허 관련 연구도 국내에서 하려고요.”
후이즈는 출범 이래 R&D에 매출액의 15% 이상을 투자했다. SW 업체로서 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의 1.5배 규모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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