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보고서❸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

중소기업은 영원히 대기업을 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오해이자 편견이다. 대기업보다 더 오래 다니고, 더 많이 받는 중소기업도 많다. 회사 이익이 늘어난 만큼 직원에게 되돌려주는 기업도 있다. 급여가 어떻고 근무여건이 어떻다고 푸념하는 젊은이여, 여기 알짜기업이 있다.

 

▲ 대기업 취업만이 능사는 아니다. 잘 찾아보면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도 많다.[사진=뉴시스]

취업준비생은 갈 곳이 없다고 난리, 중소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 2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경쟁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입사 경쟁률은 21대 1에 불과했다. 대기업 입사 경쟁률이 평균 85대 1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대기업=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등식은 편견에 불과하다. 더스쿠프의 ‘2014년 직장인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보다 더 오래 다니고 더 많이 받는 중소기업도 많다."

설립된 지 46년 된 대원산업은 자동차 시트전문 생산업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균 근속연수는 ‘코스닥 30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가장 긴 15.3년이다. 이 기업 직원들은 한국가스공사(14.29년), 대한항공(13.8년) 등 웬만한 대기업보다 더 오래 다닌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5959만원으로 중소기업 평균치다. 하지만 근속연수가 길어, 이 회사에 한번 입사하면 평균 9억1172만원을 벌 수 있다(세전이익=연 5959만원×15.3년). 삼성전자와 맞먹는 세전수익이다.

삼성전자는 1인당 직원의 평균 급여가 1억원에 달하지만 근속연한은 9년에 불과하다. 음료용 에탄올(주정)을 제조하는 발효공학 전문기업인 진로발효도 대기업 못지않은 기업으로 꼽힌다.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에 달하고, 1인당 평균급여는 6148만원이다. 평균 근속연수만 채우면 9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을 벌 수 있다. 두 기업은 공통점이 있는데, 업력業歷이 길다는 거다. 대원산업은 1968년, 진로발효는 1985년에 설립됐다. 코스닥 300대 기업의 평균 설립연도 1992년보다 훨씬 이전에 세워졌다. 업력이 길다는 건 내부시스템이 탄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진로발효의 직원수는 60명가량이다. 남성 직원의 비중이 전체 90%를 차지한다. 업무강도가 높아서다.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24시간 4조 3교대 작업을 한다. 근무강도가 높으면 근속연수가 짧아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 회사에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는 ‘분위기’가 좋아서다. 진로발효 관계자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신입직원을 많이 뽑지 않은 게 평균 근속연수를 늘린 측면도 있다”면서도 “분위기가 가족적이라서 장기 근속자들이 많고 이직률도 낮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아 작업장에 열정이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대원산업은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임직원 자녀의 학자금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휴가ㆍ경조사 지원제도는 물론 우수사원이나 장기근속사원 포상제도가 있고, 자기계발비도 지원한다. 직원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을 갖춘 게 장기 근속자를 양산한 것으로 보인다.

찾아보면 많은 알짜 기업

급여 수준이 상당한 중소기업도 많다. 신약개발 전문기업 메지온의 1인당 연 평균 급여는 1억3500만원에 달한다. 대기업 중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1억원)보다 많다. 미니프린터 전문업체 빅솔론도 급여가 많은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는 7907억원으로, 삼성전기(6900만원)보다 많다. 흥미롭게도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있다가 2003년 독립했다.

이유가 뭘까. 빅솔론은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직원에게 돌려준다. 직원 평균급여가 회사 이익 증가분과 정비례 관계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1년 111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원으로 35% 늘어났다. 1인당 평균 급여 역시 같은 기간 40%(2011년 5610만원→ 2013년 7907만원) 증가했다. 빅솔론 관계자는 “삼성전기에서 분사하면서 삼성의 인사ㆍ복리후생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며 “경영진이 매년 높은 성과를 내는 만큼 직원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기 자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자기업으로 완제품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다”며 “제조와 관련해 갑을관계가 없어 사업적 역량을 펼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모가 작거나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도 어떤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성장성이 달라진다. 대기업만큼 많은 연봉을 받고, 장기근무를 통해 목돈을 모을 수도 있다. ‘중소기업은 무조건 열악하다’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현조 중소기업청 인력개발과 과장은 “종업원이 30~40명밖에 안 되는 기업도 짧은 시간에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한다”며 “젊은 사람들은 현재 지표만으로 기업을 판단할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에 한계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전체 평균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나 급여가 대기업 평균치를 밑돈다. 일례로, 코스닥 300대 기업 중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4%인 12곳 뿐이다.

이현조 과장은 “중소기업의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기업 생태계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이 장기 생존하려면 소수의 핵심인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만큼 월급을 챙겨 줄 수 없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중소기업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 등의 제도를 출범한 것도 중소기업 근로자의 장기재직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김은경ㆍ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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