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보고서➍ 선입견 깨는 대기업 통계

 

▲ 구직자들은 삼성전자를 선호하지만,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9.3년에 불과했다.[사진=뉴시스]

구직자들에게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전자가 1순위다. 늘 그랬다. 하지만 더스쿠프가 분석한 ‘2014 직장인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썩 다닐 만한 회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삼성만이 아니었다. 다른 재벌그룹의 직장인 역시 ‘생각만큼 오래 다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입견을 깨는 ‘대기업 리포트’를 보자.

각종 취업포털사이트는 때만 되면 구직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은 어디인가.’ 결과는 뻔하다. 늘 그렇듯 재벌 대기업의 주력 계열사가 순위에 오른다. 그중 삼성전자는 단연 톱이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 공채에 10만명의 구직자가 몰려 평균 경쟁률이 18대1에 달한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가고 싶었던 기업에 들어간 후에는 어떻게 됐느냐다. 마냥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더스쿠프는 매출 상위 256개 대기업(300곳 중 공시자료가 없는 44곳 제외)의 평균 근속연수와 1인당 평균 급여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0.3년이었다. 중소기업 평균(4.68년)의 두 배 이상이다. 평균 연봉은 6204만원으로 중소기업(4237만원)의 1.4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가 심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곳은 KT로 19.9년에 달했다. 다음은 여천NCC(19.3년), SK에너지(18.6년), 대한유화공업(18.6년), 포스코(18.5년), 한국전력공사(18.5년), 휴비스(18.5년), 현대로템(18.4년), 기아자동차(18.2년), 현대중공업(18년) 순이었다. 석유화학ㆍ자동차ㆍ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와 주인이 뚜렷하지 않은 대기업(KTㆍ대한유화공업ㆍ포스코), 공기업(한전)의 근속연수가 길었다.
 

눈에 띄는 기업은 삼성과 NHN이다.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 1순위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고작 9.3년이었다. 대기업 평균치보다 짧다. 순위로 따졌을 땐 147위다. NHN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으로 꼽힌다. 근무환경과 직원 복리후생이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NHN의 평균 근속연수는 4.3년에 지나지 않는다. 순위로는 256곳 중 247위로 바닥 수준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의 현주소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반드시 일하기 좋은 기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재벌 총수들이 이끌고 있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의 근속연수는 생각만큼 길지 않았다. 5대 그룹(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롯데)을 한정해 계열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를 살펴본 결과, 상위 10위에 속한 기업은 3곳(SK에너지ㆍ현대로템ㆍ기아자동차)에 불과했다. 5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9곳밖에 없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은 5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노조 유무에 따라 재벌그룹의 근속연한이 달라진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그룹별 계열사의 평균 근속연수를 분석한 결과, SK계열이 평균 11년으로 가장 길었고, 현대자동차(10.7년), 삼성(9.7년), LG(8.6년), 롯데(8.3년)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노조를 갖고 있다. SK그룹도 현대차만큼은 아니지만 노조활동이 꽤 활발하다.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은 LG그룹, 롯데그룹은 노조활동이 미약하다. 롯데그룹의 경우 삼성그룹처럼 무노조에 가깝다. 결국 노조활동이 활발하면 기업의 근무환경이 더 좋아지고, 근속연수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물론 단순한 평균치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어떤 이는 더 좋은 기업에 스카우트됐을 수 있고, 다른 어떤 이는 조직 내 경쟁에서 밀려 사직을 권고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일부다. 분명한 건 많은 이들이 환상을 갖고 대기업에 들어가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다음은 업종별로 분석해보자. 석유화학ㆍ중공업ㆍ철강ㆍ자동차 등 굴뚝산업의 평균 근속연수가 길었다. 그중 자동차ㆍ부품(16곳) 분야가 13.2년으로 가장 길었다. 석유화학ㆍ에너지(62곳)는 12.8년, 철강ㆍ중공업ㆍ조선(24곳)은 12.4년이었다. 섬유ㆍ서비스ㆍ유통(34곳) 분야는 6.1년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짧았고, 건설(24곳)도 8.1년에 그쳤다. 특히 평균 근속연수 상위 100위권에 들어간 기업 중 은행권과 IT 계열 19곳을 제외하면 81곳이 전통 굴뚝산업이었다. 반면 평균 근속연한 하위 100위권에는 주로 유통ㆍ서비스(37곳)와 금융(18곳), 건설(15곳) 등이 몰려 있었다. 1인당 평균 급여도 자동차ㆍ부품 분야는 7070만원이었지만 섬유ㆍ유통ㆍ서비스 분야는 4747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00위 중 81개 굴뚝산업

중소기업에선 1인당 급여와 근속연수가 별 상관관계가 없었지만 대기업은 그 반대였다. 1인당 평균 급여가 8000만원 이상인 기업은 37곳으로 평균 근속연한은 12.8년이었다. 하지만 1인당 급여가 적어질수록 근속연수 또한 짧아졌다. 평균 급여가 6000만~8000만원(105곳)은 11.7년, 4000만~6000만원(94곳)은 8.8년, 4000만원 이하(20곳)는 6.2년으로 줄어들었다. 4000만원 이하인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8000만원인 기업의 딱 절반 수준이었다.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은 1인당 평균 급여도 많았다.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기업의 평균 급여는 6892만원, 10년 이하는 5554만원이었다. 평균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1년~5년 이하 기업(평균 4년)은 1인당 급여가 4761만원, 5년~10년 이하(7년)는 5693만원, 10년~15년 이하(12.3년)는 6643만원, 15년 이상 기업(16.7년)은 7468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 직원이 평균 급여 수준(6204만원)으로 평균 근속연수(10.3년)를 다 채운다고 가정했을 때, 손에 쥐게 되는 수익은 6억7667만원이었다. 이 수치가 세전수익이라는 걸 감안하면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해도 서울 중심부 아파트를 구입하기란 불가능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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