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배우 전지현은 ‘독특하고 톡톡 튀는 브랜드’에 잘 어울린다.[사진=뉴시스]
매력적이고 섹시한 배우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쓰면 무조건 성공할까. 만약 그 브랜드가 ‘전통적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답은 간단하다. 브랜드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마케팅이나 모델은 십중팔구 실패한다. 브랜드 체질에 따라 다른 마케팅 전략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주연 배우 못지않게 조연 배우가 각광받는 시대다. 얼굴은 알아도 이름을 잘 모르는 조연도 있겠지만, 유명세를 치르는 조연도 많다. ‘성동일’ ‘성지루’ 등은 명품 반열에 오른 조연 배우다. 영화 변호인에서 악역을 맡았던 ‘곽도원’은 주연인 ‘송강호’와 함께 선과 악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영화의 작품성을 높인 일등 공신이다. 영화에서 이처럼 주연과 조연의 궁합이 중요하듯 브랜드에서도 궁합은 성공을 담보하는 전제조건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인 광고에선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그것을 투영하는 모델의 궁합이 잘 맞아야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브랜드와 모델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브랜드 기억이 단기간에 그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배우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활용했다간 모델 없이 광고하는 것보다도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광고뿐만이 아니다. 브랜드 이름, 디자인, 로고, 슬로건, 심지어 광고에 사용되는 음악 등 마케팅 수단뿐만 아니라 브랜드 구성요소까지 브랜드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ㆍ태음인ㆍ소양인ㆍ소음인으로 나누고, 그 체질에 따라 성격이나 심리상태, 음식, 내장의 기능, 약리 등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브랜드도 이와 비슷하다. 기업의 전략적 의도에 따라 브랜드의 체질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체질에 맞게 음식을 섭취하고, 약을 복용하듯 브랜드도 핵심 가치에 따라 최적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브랜드 체질과 처방에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모 대학이 로고와 상징 컬러(symbolic color) 등을 대폭 변경한 적이 있다. 해당 대학의 로고는 그린(green) 컬러를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한 담당자에게 물었다. “이 대학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그 담당자는 “젊음, 도전정신, 역동성”이라고 답했다.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대학을 대표하는 그린 컬러와 대학의 핵심가치인 젊음, 도전정신, 역동성이 일치합니까?” 돌아온 답변은 침묵이었다. 그렇다. 그린 컬러는 안정, 편안함과 같은 정적靜的인 연상을 준다.

 
‘젊음, 도전정신, 역동성’은 그린 컬러보다는 동적動的인 연상이 강한 레드(red) 컬러와 궁합이 잘 맞는다. 결국 해당 대학의 새로운 컬러는 갓을 쓰고 양복을 입은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거다. 브랜드 체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셈이다. 

만약 이 대학이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를 가졌다면 먼저 ‘사람들이 그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했다. 그 결과를 기초로 미래에 이상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핵심 가치를 정의했어야 했다. 브랜드 체질을 가장 먼저 파악해야 그 체질에 맞는 처방이 가능하다. 몸에 좋다고 아무거나 먹다보면 몸에 해가 될 수 있다.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체질을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산해진미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초근목피보다 못하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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