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 래리 다운즈, 폴 누네스 지음│알에이치코리아 펴냄
MP3, 스마트폰에 뒤통수 맞은 까닭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MP3 플레이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만약 스마트폰이 아직까지도 개발되지 않았다면 두 산업의 시장은 지금쯤 어떻게 돼 있을까.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스마트폰이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MP3플레이어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두 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경쟁자’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새 제품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이들의 몰락은 더 갑작스럽고 더 파괴적이었다. 이런 현상은 모바일이나 전자업계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산업계 전반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모든 산업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은 등장하자마자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 개념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한 ‘래리 다운즈’와 파괴적인 기술의 짧아지는 간격을 연구해온 ‘폴 누네스’는 산업지형을 뒤흔드는 이런 현상에 질문을 던지며 그 연구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처럼 안정적인 산업 기반을 한순간에 초토화하는 새로운 종류의 혁신을 ‘빅뱅 파괴자’라 명명한다. 아울러 이들이 주도하는 오늘날 산업의 흐름을 ‘빅뱅 파괴의 시대’라 칭했다.

빅뱅 파괴자들의 파괴 속도와 힘은 기존 혁신과 차원이 다르다. 짧은 시간에 기존 시장을 무너뜨리는 특징이 있어서다. 앵그리버드는 출시한 지 사흘이 채 안 돼 기존 게임 사용자들을 빠르게 이동시키며 무려 1000만건의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킨들의 최초 버전은 매진되는 데 5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빅뱅 파괴자들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기존 경쟁업체들은 여기에 대응할 시간을 잃는다. 빅뱅 파괴자의 존재를 소비자보다 먼저 깨닫지 못하는 기업은 그걸로 끝이라는 얘기다.

이 책은 수백개의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수립된 12가지의 빅뱅 파괴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거대하고 급격한 변화의 특징을 세가지로 정리했는데,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 거침없는 성장, 부담에 구애받지 않는 개발이다. 빅뱅 파괴자들은 기존의 경영 전략을 따르지 않는다. 발전된 기술을 토대로 비용은 줄이고 품질은 개선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중국 저가폰의 공략으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고민하는 빅뱅 파괴자들의 지혜와 전략을 배워할 할 때다.

▲ 스카팔리 외 지음│바다출판사 펴냄
「교황의 편지」
권위보다 고결한 ‘공생’

모든 건 교황이 보낸 한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11일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가 실렸다. 이 매체의 창립자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교회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온 한 언론인의 칼럼에 답장을 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놀랐다. 특히 교황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솔직한 견해가 담겨 있었다.

교황은 편지를 통해 진리는 결코 절대적이지 않으며 자신은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마음이 없음을 시사했다. 또한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른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파격적인 이 편지로 논쟁이 시작됐다. 교황이 권위의 주교관을 벗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칭송하는 이도 있었고, 교황이 정말 그 편지를 쓴 게 맞느냐며 의심하는 이도 있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보도됐고 논쟁은 더 크게 확산됐다.

교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며칠 후 스칼파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한 것이다.  교황의 소박한 거처인 산타 마르타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자리에서 교황은 자기 배만 불리는 교회 지도자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신자와 무신론자라는 차이를 넘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했고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책은 교황의 편지로 인해 벌어진 모든 논쟁을 담고 있다. 1부에는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두 사람의 대화가 담겨 있고, 2부에는 ‘라 레푸블리카’ 지면 위에서 펼쳐진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이 실려 있다.

특정 종교의 이야기라며 관심 밖으로 치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선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아 볼 수 있다. 권위를 벗고 자신과 세상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디든 마다치 않고 달려가 대화를 청하는 교황의 인간미를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교황 방문으로 떠들썩했다. 당시 교황과 악수를 나눈 우리시대 리더들 중 교황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리더가 있을까.

「불평등 경제」 
토마 피케티 지음 | 마로니에 펴냄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가난이 시작됐다면 대물림된 가난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가족이나 행운에 의한 부의 축적에 대해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마 피케티는 국가가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통제 불능의 요소에 직면한 이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유리감옥」
니콜라스 카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
인터넷ㆍ인공지능ㆍ웨어러블 디바이스ㆍ빅데이터 등을 통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가를 꼬집고 있다. 저자는 스마트폰ㆍ내비게이션ㆍ로봇 청소기와 같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은 물론 의료ㆍ항공ㆍ전쟁 등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은 자동화의 이면을 제대로 볼 것을 강조한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수 있다.

「이런 기업 부도난다」
이삼희 지음 | 북랩 펴냄

재무분석이 기업의 얼굴이라면 비재무분석은 기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기업여신을 취급할 때는 재무분석 등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보는 안목이 우선돼야 한다. 비 재무적인 도산요인이나 징후들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대출심사역과 심사업무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재무적 사항에 관한 내용을 분석하고 관련 이론을 정리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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