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과 KT&G의 상관관계

▲ 정부가 9월 11일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담뱃세를 올린다고 밝혀 흡연율 하락이 전망된다. 당연히 국내 담배제조회사 KT&G의 담배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KT&G가 이번 정부의 담뱃세 인상을 기회로 순수 담배가격도 올려 실적향상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율 하락, KT&G에 호재일까.

담뱃값(담뱃세)이 올라가면 담배제조회사 KT&G에 악재일까 아니면 호재일까. 정부가 2004년 이후 10년 만에 담뱃값을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9월 11일 담뱃값을 내년부터 2000원(2500원 담배 1갑 기준) 인상한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의 명분은 ‘국민 건강’ 지키기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7%. 보건복지부는 2004년 담뱃값 500원을 인상하자 57.8%의 흡연율이 2년 만에 13%포인트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2000원을 올리면 흡연율이 29%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에도 큰 기여를 한다. 2500원인 담배의 가격 구성 항목을 보면, 제조사의 출고가와 판매점의 유통마진이 38 %인 950원이고, 세금과 부담금이 62%(1550원)를 차지한다. 여기서 세금을 1768원, 출고가ㆍ유통마진을 232원 올린다. 그렇다면 담뱃값이 올라 흡연율이 떨어지면 KT&G에는 마이너스일까. 담배가격이 오르면 판매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4년 정부가 담뱃값을 500원 인상했을 당시 KT&G의 실적을 보면, 2004년 영업이익이 1조215억원에서 2005년 6769억원으로 줄었지만 3년 뒤인 2008년 1조1679억원으로 바로 회복했다.

업계에선 이번 담뱃값 인상을 틈타 KT&G가 (담뱃세를 제외하고) 순수한 담배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할 때 제조사와 판매점이 함께 가격(순매출 단가)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KT&G는 2004년 정부가 담뱃값을 올릴 때도, 2011~2012년 필립모리스와 재팬타바코(JTI) 등 경쟁사가 주력 담뱃값을 200원 올릴 때도 인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인상안에는 출고가와 유통마진을 합쳐 232원 올린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중 정부가 잡은 제조업체의 인상분은 50원가량이다. 나머지 182원은 판매사의 예상 인상분이다. 50원의 폭에서 KT&G가 담배가격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KT&G가 담배의 갑당 순매출 단가를 50원 인상한다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약 9.4%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KT&G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KT&G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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