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창업의 정석

직장인들이 구조조정, 명예퇴직으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이 살 길은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포화상태인 자영업계도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다. 적은 돈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다. 소자본 창업의 비결을 짚었다.
 

 

 

빌게이츠 MS 창업주와 함께 세계 IT 시장을 주물렀던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지금은 전 세계 젊은 사람들의 롤 모델로 꼽히지만 그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잡스는 1977년 양부모 집 작은 창고에서 애플을 세웠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창고나 지키는 하릴없는 별종’이라고 불렀지만 잡스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준비를 하는 그에게 세상의 편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에 달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기업 엑슨모빌을 따돌렸다. 내년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창고에서 깃발을 올린 애플처럼 시작은 미미해도 괜찮다. 창고에서 죽을 각오로 일하는 게 창업정신이다. 잡스가 몸으로 보여준 진리다.
 

 

 

잡스가 병가를 낸 지난해 1월. 해외언론은 “잡스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포스트 잡스 시대를 이끌 경영자를 서둘러 소개했다. 그 중엔 반도체 전문기업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도 있었다. 엔비디아는 연간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반도체 기업이다.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의 3D 영상은 이 회사의 반도체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엔비디아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출발이 초라했다. 창업자금을 구하지 못한 젠슨 황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친구 집에서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젠슨 황은 “창업을 그럴듯한 곳에서 할 필요는 없다”며 “외형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의지”라고 말했다.

외형 갖추는 비용부터 줄여야1997년 외환위기는 평생직장이라는 관념을 송두리채 무너뜨렸다.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직장인의 신세는 ‘파리목숨’으로 전락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자영업계는 갈수록 비대해졌다.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되거나 명예퇴직한 고학력 화이트칼라들이 자영업계에 뛰어들어서다.
 

 

 

창업(創業). 이들에겐 탈출구이자 제2의 인생을 여는 출발점이었다.하지만 창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충분한 정보와 준비 없이 창업을 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품위를 지키려 창업비용을 과다하게 쓰면 ‘죽음으로 가는 열차티켓’을 미리 구입해 놓는 격이다.

최혜란 창업 컨설턴트는 “10년 전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뼈를 깎는 각오로 창업한 사람들은 대부분 직원 20명을 둔 CEO로 거듭났다”며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해 과도하게 창업비용을 들인 이들은 지금도 경영난에 허덕이거나 폐업했다”고 꼬집었다.창업에 성공해도 죽음의 사선(死線)을 완전히 넘어선 게 아니다. 창업 후 자영업자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자영업계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9만명,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많다. 그 결과 자영업계는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폐업하는 자영업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폐업한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창업 후 3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

이런 살벌한 자영업계에서 창업해 성공하려면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창업 초기 몸집(규모)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여유자금을 비축하는 전략도 필요하다.혹자는 “그래도 창업자금을 많이 들여 외형을 갖춰야 남들이 무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적은 자본의 한계를 극복한 창업가는 많다.
 
강연기획 전문업체 마이크임팩트 한동헌(31) 대표는 500만원으로 창업해 지금은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 초기 “500만원으로 창업한 돈키호테”라는 핀잔을 종종 들었지만 그는 기존 ‘강연 방식’에 ‘멘토링 시스템’을 얹는 기발한 전략으로 성공신화를 열었다. 한 대표는 “창업 초기 몸집을 줄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스탑 명함인쇄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스타애드 고영선(51) 대표는 단돈 500만원을 들여 무점포 창업을 했다. 고 대표는 ‘30분’ 안에 명함을 완벽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창업한 지 2년 반 만에 사무실을 차렸다.현재 연간 1억5000만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적은 종잣돈으로 신천지를 개척한 이도 있다.
 
임소휘(34) 한국종합공예협회 원장은 ‘초크아트(오일파스텔을 활용해 흑판에 그린 그림)’라는 새로운 영역에 소자본(500만원)으로 도전해 성공신화를 연출하고 있다. 그는 톡톡 튀는 이미지 디자인을 발판으로 연 8500만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임 원장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이 적었음에도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 자본금 규모와 상관없어황동명(31) 도큐핸즈 대표는 해외에서 소자본으로 창업에 성공한 CEO다. 황 대표는 300만원 어치 운동화를 구입해 국내 온라인에 판 것을 계기로 일본구매대행업체를 차렸고, 이게 성공의 밀알이 됐다. 그는 “적은 돈으로 작은 다리를 하나씩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대교(大橋)’가 돼 있더라”고 털어놨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창업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넥타이 부대’처럼 고상하게 일하려고 한다.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창고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으면 백전백패할 것이다.” 소자본 창업은 종잣돈이 부족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창업의 정석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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