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시장에 어떻게 안착했나

2012년 여름.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던 BGF리테일은 브랜드를 교체했다. 1등 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를 버리고 ‘CU’를 론칭한 거였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군다나 GS25 등 경쟁업체의 추격이 매서웠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2년이 흐른 지금, CU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비결은 뭘까.

▲ CU는 지역상생모델로 '랜드마크'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학로 동숭동에 CU마로니에공원점.[사진=BGF리테일 제공]
# 2010년 4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던 롯데는 24시간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공식 인수했다. 업계 3위 세븐일레븐과 4위 바이더웨이의 결합은 훼미리마트(현 CUㆍ1위)는 물론 GS25(2위)에 위협을 줬다. 2009년 말 기준, 훼미리마트의 매장수는 4600개로 GS25 3900보다 700여개 많았다.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는 각각 2300여개, 1500여개였다.

# 그해 온라인에선 ‘일본 우익단체를 지원하는 기업 리스트’가 떠돌아 다녔다. 이 리스트엔 훼미리마트도 포함돼 있었다. 일부에서는 “몇몇 국내 기업이 독도가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우익단체를 후원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당시 보광훼미리마트)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단기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했다. 일부 편의점주는 “간판을 바꿔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에서도 새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2010년 1월 새 브랜드 개발, 신新편의점 모델의 연구를 지시했다. 훼미리마트가 일본 브랜드라는 점도 마뜩지 않던 차였다. 교수와 전문가, 컨설턴트들이 훼미리마트를 대체할 만한 브랜드 개발을 위해 모여들었다.  약 2년이 흐른 2012년 6월 18일. 홍석조 회장이 취임 5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새 브랜드 ‘CU’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홍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22년 동안 일궈낸 대한민국 1등 편의점이라는 정체성을 당당히 표현하려면 우리만의 브랜드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CU를 21세기 한국형 편의점의 모델을 만들겠다.” 새 브랜드는 론칭했지만 편의점 간판을 바꾸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더구나 간판을 교체해야 하는 점포만 7563개에 달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가 한순간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브랜드 교체, 그 위험한 선택

BGF리테일은 ‘속도전’을 택했다. 편의점 간판교체가 더디면 새 브랜드를 알리는 게 녹록지 않다는 계산에서였다. 총 500억원을 투자해 직영점ㆍ가맹점의 간판을 3개월 안에 모두 교체했다. CU와 ‘with 훼미리마트’를 공동표기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여기까진 시작에 불과하다. CU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다른 편의점엔 없는 ‘뭔가’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BGF리테일이 지향하는 ‘한국형 편의점’을 구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점포도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바꿨다. ‘뭘 파는 곳인지’ 알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상품수(SKUㆍ재고 관리 단위)도 평균 15~18% 줄였다. 점포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조건 상품이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거다. 대신 ‘소비자 니즈’에 걸맞은 콘텐트를 강화했다. 특히 ‘PB(Private Brand)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학생모니터링단ㆍ상품평가단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적용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홍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매주 PB상품을 시식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결과는 알차다. CU의 올 1~7월 PB 스낵 매출 비중은 전체 스낵류 매출의 32.7%를 차지한다. 상식을 깬 500mL 가공유, 빅요구르트(270mL), 밥바도 줄줄이 개발해 출시했다.  이런 전략은 빛을 내고 있다. CU는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브랜드 로열티ㆍ인지도가 훼미리마트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가 조사한 한국산업브랜드파워(K-BPI) 점수는 훼미리마트 시절인 2011년 605.8점에서 올해 705.6점으로 크게 올랐다.

경쟁업체인 GS25와 세븐일레븐의 K-BPI는 522.3점, 423.8점에 그쳤다. K-BPI는 브랜드 인지도(70%)ㆍ로열티(30%)를 분석해 1000점 만점으로 산출한다. CU가 브랜드를 교체한 지 약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결과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변경하면 인지도가 위축돼 점수가 낮게 나온다”며 “이런 맥락에서 CU의 점수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은 84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3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기업공개(IPO)를 마친 BGF리테리의 주가는 9월 11일 기준 6만6900원으로, 상장 첫날 5만5200원보다 21% 올랐다.  그렇다고 CU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쟁업체의 추격이 거세다.

2년 전만 해도 CU와 GS25 점포수 차이가 800개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선 80개로 줄어들었다.  대형마트들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위협 요소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365’, 이마트는 ‘위드미’로 편의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위드미의 경우, 월 회비를 로열티만 받는 등 점주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편의점 점주를 빼앗길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경쟁업체 추격

유통환경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CU를 비롯한 편의점 업체들은 불공정 거래와 불합리한 계약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올초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24시간 영업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BGF리테일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 전략을 수정했다. 부실점포를 정리하는 등 성장 위주의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맹점주협의회와 정기적인 회의를 갖는가 하면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놨다. 제주도 CU해안도로점, CU마로니에공원점이 대표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환경을 고려했을 때 CU의 ‘내실 위주 경영’은 긍정적”이라며 “한국형 편의점을 내세워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건 CU의 미래 과제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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