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 추락하니 방법이 없네
EPS 추락하니 방법이 없네
  • 이은택 SK증권 연구위원
  • 호수 108
  • 승인 2014.09.1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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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박스권 맴도는 까닭

시장의 관심이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 저평가받고 있는 밸류에이션과 정부정책만으로는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단숨에 209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힘을 잃은 채 박스권에 맴돌고 있다. 코스피가 오랜만에 가파르게 상승하자 시장은 2011년 이후 4년 동안 지속된 박스권을 이번엔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1년 4월 기록했던 2230포인트까지 대략 7%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일장춘몽에 그쳤다. 지금처럼 지지부진하면 박스권을 뚫을 공산이 희박해 보인다.

문제는 코스피지수가 앞으로 2~3년 동안 박스권을 지속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추세적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forward EPS)이 하락세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67.7로 시작했지만 8월 20일 현재 59.4까지 떨어진 상태다. 올 들어서만 고점 대비 약 13% 하락했다.

 
2000년 이후 EPS가 10% 이상 하향조정된 경우는 모두 세번 있었다. 2001년엔 IT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38% 하락했다. 2002년에는 9ㆍ11 테러사건 이후 발생한 미국 경기침체와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ㆍSARS)의 영향으로 16%가량 하락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약 41% 하락했다. EPS 하락은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2001년 코스피는 고점 대비 55% 급락했고 2002년과 2008년에도 각각 45%, 55%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행히 올해는 EPS가 13%나 하락했지만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기보다 크게 하락하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PS 하락세의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선 업종별 분석이 필요하다. 국내 증시의 EPS 하락을 이끈 업종은 ‘정보통신’과 ‘경기민감주’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판매부진과 중국 관련 소재ㆍ산업재ㆍ에너지 등의 실적전망 하향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이들 업종의 회복세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내수주의 경우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42%에 달했지만 EPS 하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보통신 업종 부진 ‘심각’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맴도는 둘째 이유는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승하거나 기업이익(EPS)이 증가하면 상승장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GDPㆍEPSㆍ주가수익비율(PER) 등 세가지 변수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GDPㆍEPS는 상승장과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상승장은 PER이 상승하는 구간에서만 나타났다. 문제는 PER의 상승은 EPS가 상승할 때만 나타난다는 데 있다. 이는 150년의 미국증시뿐만 아니라 한국증시의 30년 역사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기 때문에 추세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 증시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연초 대비 PER 상승폭이 세번째로 높은 국가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질대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 코스피가 상승하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기업의 이익 성장이 필요하다. 사진은 이돈주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노트 엣지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PER 상승률이 국내 증시보다 높았던 국가는 지난해 급락세를 띠었던 인도네시아, 태국 2곳에 불과했다. 연초 대비 12.3%의 상승률을 기록한 터키도 지난해 급락에 따른 반등이 나타난 국가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봤을 때도 밸류에이션이 상승하기는 쉽지 않는 상황이다. 코스피 100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2년 초 대비 약 3.8%하락했다. 한껏 치솟았던 밸류에이션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종목별로 시가총액을 나눠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가총액이 1조~10조원 규모인 중대형주의 PBR은 2012년 이후 1.9% 상승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10조원을 넘는 초대형주의 PBR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8.1% 하락했다. 밸류에이션 하락은 초대형주에서만 나타난 형상이라는 얘기다.

코스피의 추가적인 상승세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높은 PER을 기록하고 있는 중대형주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 밸류에이션이 낮은 초대형주의 PER도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중대형주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질 만큼 높아졌다. 밸류에이션이 현재보다 크게 높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밸류에이션 저평가, 경기부양정책 모멘텀만으론 부족하다. 지금은 EPS가 바닥을 찍은 상태다. 이에 따라 IT업종과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 전망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증시 전체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좋은 시점이 아니다. 당분간 시장 전체보다 업종ㆍ종목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위원 etlee@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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