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국가 권력으로 인해 억울한 국민이 종종 발생한다. 사진은 누명을 쓰고 사형 당한 딸바보 이야기 영화‘7번방의 선물’의 한 장면.[사진=뉴시스]

죄를 지었지만 발각되지 않아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죄 없이 구속된 사람도 있다. ‘죄 없는 죄인’이다. 최근 10년새 무죄판결이 두배로 증가했다. 국가권력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때다.

지난해 여름, 여성 직장 동료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구치소에 수감된 남자를 접견했던 일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말대로라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답답한 마음으로 나오는데, 문득 ‘이 담벼락 안에만 죄인이 있는 걸까. 죄를 짓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죄를 지었지만 발각되지 않아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죄 없이 구속돼 있는 사람은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형사보상제도’라는게 있다. 형사절차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구금되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이 입은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자가 기소유예 이외의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 국가에 정신적ㆍ물질적 손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공무원의 고의ㆍ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가 개인의 손해를 정당하게 보상해주는 공법상의 손해배상이다. 법원은 구금의 종류, 기간, 재산상 손실, 정신적ㆍ신체적 손상 등을 고려해 보상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지적장애 2급으로 6~7세 지능을 가진 A씨는 고등학생이던 B군과 함께 광명시 철산동 일대 아파트에서 44차례에 걸쳐 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상습절도범으로 간주된 것이다. 그런데 재판결과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죄 없이 3개월 넘게 구속돼 있던 A씨와 B군은 구금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게 됐다. 일명 ‘수원 노숙소녀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수원 모 고교에서 C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가출청소년 5명을 붙잡았으며, 검찰은 이들 중에서 4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각각 징역 2~4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일부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각각 231~372일 구금을 당했는데, 이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무죄라고 해서 모든 경우 형사보상이 가능한 건 아니다. 형사미성년자 또는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다시 말해 정신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는 보상을 하지 않거나 금액에 대해 일부 감액할 수 있다. 어머니를 존속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돼 구속된 후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이 형사보상금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부산고등법원은 청구인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지만 잘못도 없는 자신의 친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패륜을 범했기 때문에 인륜적인 측면이나 법적인 정의의 관념에 비춰 그 형사보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무죄판결이 최근 10년새 두 배로 증가했고, 형사보상 예산이 바닥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죄판결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분명한 건 죄 없이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평생을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형사보상, 돈으로 고통을 충분히 위로받을 수는 없다. 국가 권력은 막강하다. 고로 그 책임도 막중하다.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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