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통공룡의 세일앤드리스백 손익계산서

점포를 매각한 후 다시 빌려 사용하는 ‘세일앤드리스백’. 요즘 이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부채증가 없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데다 부동산 매각 후에도 안정적 사업운용이 가능해서다. 백화점 2곳, 마트 5곳을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롯데쇼핑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신세계가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 자산 유동화를 위해‘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 롯데쇼핑이 백화점 2곳, 마트 5곳 등 점포 7곳의 매각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18일 KB자산운용과 경기도 일산ㆍ대구 상인백화점, 인천 부평, 충남 당진, 경기 평택ㆍ고양, 경북 구미점 마트를 총 6017억원 규모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점포를 매각한 후 다시 빌려 사용하는 ‘세일앤드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을 채용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자산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쇼핑의 이번 세일앤드리스백 계약은 매년 임대료가 상승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7년마다 임대료가 변동되는 구조다. 롯데쇼핑은 매각 후 1~7년간 매년 4.95%의 고정된 임차료를 지급하고 이후에는 시장금리의 변화를 감안해 임대료를 새롭게 결정할 전망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번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의 자산유동화는 20년 장기 임대차계약으로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며 “금리와 연동된 임대료 구조를 통해 롯데쇼핑과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의 세일앤드리스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롯데쇼핑의 제주ㆍ인천 항동ㆍ대전 대덕점 등 롯데마트 3개점을 부동산 투자회사인 ING KPI에 2200억원에 매각한 후 14년 동안 재임대를 했고, 2010년에는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롯데마트 5곳을 6100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쇼핑은 점포 매각을 통해 마련한 유동성을 인수ㆍ합병(M&A)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바이더웨이, GS백화점, 마트, 두산주류BG,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 등을 인수하며 M&A에 2조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 신세계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ㆍ이마트 등의 건물과 부지를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신규 출점을 준비할 때도 부지매입부터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경우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부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성장 국면에 본격 접어들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롯데쇼핑처럼 세일앤드리스백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은 7월 15일 서울 여의도 본사를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하나자산운용에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다. 사옥 매각 대신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은 것이다.

유동성 확보에는 적절

세일앤드리스백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설비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임대계약을 체결해 다시 사용하는 금융거래 방식이다. 기업은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부채상환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경우 안정적인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도 피할 수 있다.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부채상환에 사용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는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어지고 신용등급 향상은 이자 등 자본조달 비용감소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을 매입한 업체도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매각업체 대부분이 매각 후 10〜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세일앤드리스백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긴급하게 부동산 매각을 해야 하는 기업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은행대출과 달리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각업체와 매입업체 모두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전략중 하나다”고 전했다.
 
세일앤드리스백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옥을 팔았을 경우,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 임대료가 매각가격의 5~7% 수준으로 결정돼 임차비용 증가할 수 있어서다. 매년 임대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의 어깨를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 재무개선효과는 있지만 이익률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장을 매각한 롯데쇼핑은 임차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급임차료는 2011년 621억8670만원에서 지난해 929억6653만원으로 49% 증가했다.

황상운 동양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세일앤드리스백의 경우 특정기간 임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각 이후 기업의 상황이 크게 나빠져 사용 공간이 줄어도 같은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위험이 있고 매입자는 매각기업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임대수익에 차질을 겪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스크는 부동산 가치가 입지조건과 경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쉽게 변한다는 거다. 매각할 때와 재매입할 때의 가격차가 재무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증권은 2003년 4월 여의도 본사 사옥을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인 ‘코크렙 CR리츠’의 자산관리회사 코람코에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1382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2008년 재매입에 투입된 금액은 3201억원으로 매각가격의 2.3배에 달했다. 또한 장교동 사옥도 2002년 1860억원에 매각했지만 청계천 개발효과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라 2배에 가까운 3500억원에 다시 매입했다.

최대 변수는 부동산 시황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세일앤드리스백이 자산 유동화의 장점이 있지만 임대기간 중 임대료가 크게 오르거나 나중에 다시 매입할 경우 매입 금액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이는 기업의 부담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부동산 등의 유휴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일앤드리스백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에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존재한다. 황상운 본부장은 “건물 규모가 커 제 값을 못 받을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싸게 팔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략적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일앤드리스백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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