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의 골프 토크

골프 연습장에 가면 연습스윙이 엉망인 이가 있다. 그렇다고 스코어가 낮으냐. 그것도 아니다. 그의 스윙을 보고 많은 이들이 내기골프에 동반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스윙이 나무랄데 없는 프로 같아도 파로 연결해야만 제대로 된 기술이다. 파 세이브 찬스 중 얼마를 살리느냐가 필드에서 죽고 사는 일을 결정한다.

매년 7~8월이 되면 골프에 미친 사람들도 잠시 쉬는 시기다. 무더위를 피하자는 속셈이다. 해외골프라면 모를까. 최근 몇 년 전부터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비도 골프에는 반갑지 않다. 어떤 날은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가기에도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골프장이나 연습장은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알짜배기 건물을 하나 갖고 있는 K사장은 다르다.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연습장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놀아도 연습장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의 그의 골프 지론이다. K사장은 월말에 통장으로 들어오는 임대료만 확인하면 끝나는 상팔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하는 일이 크게 없다 보니 아예 골프연습장에 눌러 살다시피 한다. 연습장에 나와 필드에 나갈 골퍼들 모으는 게 낙이다. 그야말로 놀고 먹는 사장의 전형이다.

▲ 프로 뺨치는 스윙을 하더라도 파로 연결할 기술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홀컵에 넣어야 게임을 이긴다. [사진=뉴시스]
K사장은 일명 연습장 ‘죽돌이’이다. 그러나 스윙은 한마디로 ‘생초보’다. 아마추어도 연습스윙은 다 프로라고 하는데 K사장은 그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엉망이다. 연습스윙마저 엉망이니 알 만하다. 그렇다고 K사장을 얕봐선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K사장이 접근해 ‘손 좀 한번 맞추자’고 하면 얼씨구나 한다. 그의 스윙이 엉망인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팀이 구성이 되면 가까운 골프장으로 향한다. 물론 내기골프는 기본이다.

동반자들은 연습장에서 K사장의 스윙을 이미 본 상태다. 내기골프를 하자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동반자들은 두 번 죽는다. K사장은 전형적인 ‘3온 1퍼트’ 스타일이다. ‘경로당 골프’로 어렵게 3온시킨 뒤 1퍼트로 파를 잡는다. 그 바람에 동반자들은 그야말로 돌아 버린다. K사장은 붙여서 넣는 데는 타이거 우즈도 부럽지 않다. 2온을 시키지도 못하고 파를 잡으니 K사장은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 동반자들은 ‘저 친구 잘해야 보기겠군’ 했는데, 파를 잡으니 ‘뚜껑’이 열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자. 아무리 프로 뺨치는 스윙을 하더라도 파로 연결할 기술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80타대 언저리를 치는 골퍼는 파 세이브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지갑이 열리고 닫힌다. 예를 들면 파 세이브 찬스 10개 중 3~4개를 성공시키느냐 아니면 6~7개냐에 따라 필드에서 죽고 사는 일이 결정된다. K사장은 붙이고 넣는데 달인이다 보니 ‘손님’이 떨어져 나가 연습장을 이리저리 옮길 수밖에 없다. 완전 왕초보 스윙에 당한 골퍼들은 두 번 다시 내기골프는커녕 동반 라운드 자체를 싫어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K사장과 라운드하면 내기골프를 하지 않아도 열이 받는다는 것이다. 골프가 2온을 시켜 파도 잡고 해야 되는데 가까스로 3온을 시켜 1퍼트로 파를 잡으니 동반자들은 ‘뚜껑’이 열린다는 것이다. 골프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스윙을 하는 골퍼와 맞붙어 돈을 잃었다고 생각해 보라. 누구든 속이 편하고 열 받지 않겠는가. 하지만 K사장은 요즘도 아침 일찍 연습장으로 출근해 ‘먹잇감’ 사냥에 나서고 있다. 힘만 무지 센 ‘5초’ 남편이 있다고 한다. 아내에게 사랑받기 힘든 남편이다. 골프도 힘만 써봐야 아무 소용없다. 중요한 것은 넣을 수 있을 때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퍼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퍼트를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여기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오직 이것에만 집중한다. 그런 다음 긍정적으로 부드럽고 좋은 스트로크를 만드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골프는 홀컵(구멍)에 넣어야만 게임을 이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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