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 피하는 비책

▲ 중국은 더 이상 값싼 소비재만 만들어내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사진=뉴시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Made in China’는 값싸고 품질은 떨어지는 제품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의 경우, 샤오미는 이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더 이상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한국이 품질력과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경쟁을 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중국 TV업체인 TCL이 세계 최초로 110인치 곡면 UHD TV를 선보여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새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중국 전자업체들은 일본과 한국업체들에 비해 한수 아래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화웨이ㆍ레노버ㆍ샤오미ㆍZTE, 가전의 TCLㆍ하이센스ㆍ하이얼 같은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선발업체들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기보다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처럼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우리가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기술보호주의의 대두로 선진 기술 보유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 후발국과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수입시장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우리 수출상품의 고급화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00~2012년 미국수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수출 상품 고급화 지수 순위는 2000년 23위에서 2012년 28위로 5계단 하락했다. 전반적인 수출 상품군의 고급화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제조 선진국인 일본ㆍ독일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는 반면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은 우리나라를 추격하며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과는 조립완성품에서, 일본과는 부품ㆍ소재ㆍ장비에서 경쟁하는 샌드위치 형국이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반도체ㆍ자동차ㆍ휴대전화 등 주력 수출상품의 선전으로 세계 수출 7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 등을 달성하며 세계경기의 더딘 회복세에도 꽤 선전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우리나라가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의 부상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며 자신감을 키워온 중국 업체들은 이제 고부가가치 상품에서도 선두국가들을 추격하고 있다. 과거 제조 선진국들이 주도했던 화공품, 자동차ㆍ부품, 석유제품 등 고급화 품목에서 최근 중국의 설비투자와 생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경제가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무역 2조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 확대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고, 신흥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모방ㆍ가격경쟁 위주의 ‘추격형 전략’에서 탈피해 혁신을 통한 기술ㆍ품질 경쟁력 확보의 ‘선도형 전략’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확대, 무역과 문화의 융합으로 수출제품의 ‘코리아 프리미엄’ 확보,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기술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선진형 무역구조로의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역 2조 달러 달성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위해 우리 수출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수출 지원책이 요구된다.
오세환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  sehwano@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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