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다음 증세 시나리오

정부가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등의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건강과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을 명분으로 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증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해 세수부족액은 8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빈나라 곳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담뱃값 인상, 그다음 증세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 정부의 각종 세금인상을 두고‘실질적인 증세’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했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가격정책을 이용해 흡연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국민건강증진이다. 정부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지난해 기준 4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15세 이상 남성흡연율 26%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담뱃값은 10년간 인상되지 않아 가장 싼 편에 속한다.

정부는 금연대책의 방법인 가격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담배소비량이 34% 감소하고 세수는 2조8000억원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은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도 추진되면서 실질적인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5년 참여정부가 담뱃값 500원 인상을 추진하자 ‘서민증세’라고 비판했었다.

우리나라의 세수부족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올해 8조5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세수부족 금액은 1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늘어나는 복지비용과 경기활성화 정책을 위한 확장적 예산편성을 감안할 때 세수부족 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정부는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증세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세금은 나라를 운영하는 자금으로 쓰이는 재원의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세금의 가장 큰 목적은 부의 재분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접세의 경우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는 서민의 돈으로 세금을 충당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2014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세전稅前 빈곤율은 0.173%였다. 하지만 세후稅後 빈곤율은 0.149%로 조사 대상국 중 5번째로 높았다. 조세를 통한 빈곤율 개선 수준은 0.024%에 불과했다. 조세를 통한 빈곤율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참고: 빈곤율은 1에 가까울수록 빈곤층이 많은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세전 대비 세후 빈곤율 개선폭이 OECD 평균인 0.108%보다 낮다”며 “조세로 인한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은 간접세 인상으로 통해서는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법인세 등 증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담뱃값 인상은 세수 목적이 아니다”며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2년 동안 주민세를 올리지 않아 낮은 수준이다”며 “복지지출로 어려워진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증세라기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금 올렸지만 증세는 아니다?!

세수부족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직접세 인상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세수확충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간접세 인상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넥스트 증세 카드’로 ‘죄악세罪惡稅’를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죄악세는 술ㆍ담배ㆍ도박 등과 같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소득에 관계없는 간접세에 해당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세무전문대) 교수는 “죄악세 인상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인상 때문에 조세저항이 크지 않아 인상을 논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 부족한 세수확충을 위해서는 직접세 등의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공공요금의 인상 가능성도 있다. 명분은 요금 현실화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의 1Mwh 평균가격은 93.1달러로 OECD 평균 171.2달러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현실화만 생각할 경우 인상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담뱃값 인상으로 조세저항이 발생해 인상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한기 국장은 “이번 담뱃값과 주민세 등을 한꺼번에 인상하면서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다”며 “정부가 국민 여론을 이유로 당분간 세금을 올리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세수부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필요할 것이라고”고 전했다.

정부의 세수부족만큼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곳은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이다. 이번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이유도 지방세현실화를 위해서였다. 지방세 부문에서 논의될 수 있는 증세방안은 지방세외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재원은 크게 지방세와 지방세외 수입으로 나뉜다. 지방세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을 정책기조로 하고 있어 증세가 쉽지 않다. 남은 방법은 지방세외 수입의 확충이다. 지방세외 수입으로는 국유재산임대료ㆍ도로사용료와 과태료ㆍ과징금 등이 있다.
 
지방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일반회계 결산 기준 지방세액 총액은 140조7083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체재원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은 각각 52조3001억원, 26조5563억원이다. 세외수입이 자체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6.1%에 달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 세외수입은 매력적인 재원 확충방안이라는 얘기다. 운용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비교적 확대ㆍ개발이 쉽다. 또한 세외수입은 종류가 2000여종을 넘는다. 수입근거도 법률ㆍ대통령령ㆍ부령ㆍ조례 등 다양하다. 게다가 도로변의 주차시설ㆍ남산터널 등의 사용료와 같이 대가로 지불되는 경우가 많아 저항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세외수입의 부과ㆍ징수 체계가 미흡해 징수율이 낮고 체납액의 징수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법령 계정을 통해 해결해 놓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지방세외수입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했다. 이 법안은 발의 7일 만에 본회의 심의를 통과 지난해 8월 6일 공포됐고, 8월 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징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지자체 지방세외수입 인상 가능성

김우철 교수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2인 기형적인 구조로 인해 재정이 고갈된 상황”이라며 “중앙정부 조차 재정난을 겪고 있어 지방정부는 세외수입을 늘리는 조치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인구노령화에 따른 복지비용 상승과 노동력 부족 현상은 세수부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증세는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세금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에게 증세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 증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세저항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주먹구구식 방안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투명한 세금정책이 우선돼야 증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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