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성적표 받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취임 6개월 경영성적표가 나왔다. 업계는 “나쁘진 않지만 숙제도 남겼다”고 분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3월 포스코 제8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오준(64) 회장. 국민의 큰 관심 속에 9월 14일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재창조하자며 전임 회장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창사 46년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은 포스코의 앞날이 그의 경영솜씨에 달려 있다. 과연 잘 해 낼까.

불완전하지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취임 6개월(9월 14일) 단기 경영성적표가 최근 나왔다. 취임 후 첫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6조7036억원, 영업이익은 8391억원이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1% 감소했다. 철강 시황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그래도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추세라면 3분기 영업이익은 9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주가도 반년 만에 31%(27만7000원→36만1000원) 정도 올랐다. 단기성 차입금도 지난해 말 1조931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281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다. 그 결과, 부채비율이 올 1분기 93.0%에서 2분기 90.5%로 떨어졌다.

언뜻  출발이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포스코는 연간 60조~70조원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국내 6위의 대규모 기업군이라 경영의 변수가 워낙 많다. 소비재가 아닌 철강재를 주로 다루는 포스코의 비즈니스 특성도 성급한 평가를 가로막는다. 비즈니스 사이클이 비교적 긴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지난 6개월간 사람들은 결코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 회장직을 이어받은 그에게 왠지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46년간 고故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쟁쟁한 전임 회장들처럼 과연 그가 포스코를 지금의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영보다 기술 쪽을 주로 챙겨온 엔지니어 출신이라 더욱 그랬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취임했지만…

경영환경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부진이 이어져 철강수요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무서운 경쟁자들도 속출했다. 중국이 약진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현대제철과 경쟁 국면을 맞았다.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영업이익이 7조1739억원에서 2조9960억원으로 58.1%나 줄어든 상태였다. 영업이익률은 17.2%에서 4.8%로 크게 낮아졌고, 부채비율도 65.2%에서 84.3%로 급증했다. 주가와 신용등급도 추락했다. 2012년 10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BBB+’로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지난해 11월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올해 6월 11일엔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도 포스코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안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더 이상 화려했던 옛날의 포스코가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이런 가운데 경영권을 넘겨받은 그로선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전임 정준양 회장은 철강 본업을 살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인수ㆍ합병(M&A)를 전개해 몸집을 불렸다. 5년간 21조원 상당을 투자했다. 결과는 경영전선에 ‘빨간불’로 되돌아왔다. 권 회장은 반대의 길을 택한다. 철강 본업을 살리기 위해 포스코 주변에 자라난 곁가지를 과감하게 치기로 했다.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 현금 유동성 확충에 경영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 자신의 임기(3년) 내에 국제신용등급 ‘A’와 국내신용등급 ‘AAA’를 되찾아 수십년 누려온 철강 명가名家 포스코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그같은 생각은 취임 두달 후인 지난 5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좀 더 구체화됐다. 포스코를 뺀 나머지 모든 사업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 2016년까지 현금창출능력(EBITDA) 8조5000억원을 달성하고 국제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톱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결의했다. 2016년까지 그룹 매출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린 78조원으로 키우고, 현금창출을 위해 신규투자도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6개월간 권 회장은 여러 면에서 전임 회장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 왔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서 포스코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포스코 빼고는 모든 게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말은 언뜻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누라ㆍ자식 빼고는 모든 걸 다 바꾸자”는 말을 상기시킬 정도였다.

그동안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국내 매각 사례는 포스코특수강ㆍ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부 등 10여건. 무엇보다 지난 8월 주요 계열사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팔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다. 포스코특수강은 매각 금액이 1조원을 호가하는 대형 매물이다. 현대제철을 견제하기 위해 세아그룹과 서로 이해타산이 맞아 성사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현재 노조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매각 성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유통부문에서 다수의 매각이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경남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 대우백화점 센트럴스퀘어,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백화점(포스코건설 소유) 등을 롯데그룹에 넘긴 것. 광양LNG터미널과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부 등 철강과 관련이 없는 사업 매각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건설 및 대우인터내셔널 일부 지분, SK텔레콤 지분 매각도 적극 검토 중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이 현금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알토란 같은 계열사(포스코특수강 등)는 매각하려 하고, 팔아야 할 적자 상태의 계열사(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엠텍 등)는 끌어안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권 회장은 취임 6개월 동안 포스코 기업 문화와 이미지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해왔다. 현장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구사했고 ‘갑甲’ 의식 타파에 노력했다. 고객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솔루션 마케팅을 전개하려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비로소 시장과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려는구나”라는 얘기도 들었다.

 
해외사업 정리는 아직 손도 못대

‘포스코’ 하면 ‘국민기업’이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한때 ‘포항종합제철(포철)’로 불리며 영일만의 기적을 일궈내 한국의 대표적 공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제품을 값싸고 질 좋게 공급해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글로벌 저성장, 철강 공급 과잉으로 허덕이는 시기에 포스코 선장을 맡았다. 

방만한 몸집을 철 중심의 핵심 사업 위주로 재빠르게 재편하는 게 답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가시적인 구조조정에만 매달리는 게 능사냐는 비판도 없진 않다. 철강 본업으로 돌아가되 중국ㆍ일본 등의 철강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 높은 제품으로 최종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게 안 되면 구조조정도 소용없다는 얘기다. 기대했던 해외사업 재편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사업 가지치기도 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 권 회장이 가시적인 국내 구조조정에 치중한 나머지 해외사업 정리에는 미처 손을 대지 못했고 뚜렷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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