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발견한 틈

이케아의 국내시장 상륙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의 DIY(조립가구) 제품을 주로 파는 이케아의 등장으로 국내 가구업계가 힘들어질 게 뻔해서다.

▲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사진은 올해 말 오픈 예정인 이케아 광명점 투시도.[사진=뉴시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상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케아의 등장을 앞둔 국내 가구업계는 조용할 날이 없다. 대부분 우려의 목소리다. “이케아가 등장하면 국내 가구업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케아가 ‘무서운 존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케아는 전세계 52개국 1046곳의 협력업체를 통해 9500여개 제품을 생산ㆍ판매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저가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모든 이케아 제품은 엄격한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일례로 이케아 소파의 경우 120㎏의 무게로 약 4만번 눌렀다 펴는 테스트를 거친다. 이케아는 전체 인구수가 약 930만명인 스웨덴의 작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전세계 42개국에서 345개 매장을 운영한다. 1974년 독일에 진출한 이케아는 전체 판매량의 14%를 독일시장에서 벌어들인다. 까다롭고 검소하기로 유명한 독일인을 상대로 성공을 거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케아는 벌어들이는 만큼 투자에 쓴다. 이케아는 지난해 90억 유로를 공장, 재생에너지 사업, 쇼핑몰 오픈에 썼다. 올해는 약 25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가구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이케아의 ‘통큰 투자’에 있다. 매장도 통 크게 세우고, 제품도 통 크게 늘린다는 거다. 실제로 경기도 광명 역세권 일대에 들어설 이케아 1호점은 약 2만6000㎡(7865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이다. 더구나 이케아는 ‘다양한 제품’이 무기다.

홈퍼니싱 기업인 이케아는 홈(Homeㆍ집)을 ‘퍼니싱(Furnishingㆍ단장하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물품을 판매한다. DIY(Do It Yourselfㆍ조립가구)도 전문으로 판다. 이케아 가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로선 직접 조립부터 설치까지 해야 한다. 저렴한 가격만큼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돌려준다. 판매량이 늘어나면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케아는 가구ㆍ인테리어ㆍ문구류뿐만 아니라 핫도그ㆍ미트볼 등 식품류 등 1만여종에 달하는 제품을 판다. 이케아가 지난해 식품부문에서 올린 매출은 14억 유로에 달한다.
 
가구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까지 이케아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의 김인호 대표는 “이케아가 진짜 무서워야 할 대상은 가구업체라기보다 우리 같은 쇼핑몰 업계”라며 “코스트코가 둥지를 틀고 있는 광명지역에 이케아까지 진출해 소비자들이 반나절 이상 미국여행을 즐기는 것 같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가구업체가 이케아를 계기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까지 국내 가구업계는 연구개발(R&D)비용을 지출하는 데 인색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이 1%가 넘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엽 경민대(가구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는 “과거 국내 가구업체들은 R&D나 디자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대형업체들은 경쟁력을 키워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내수시장을 뚫는 데만 집중해 영세업체만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구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가구 수출액은 8조8524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수입액은 13조8500억 달러였다. 그는 “국내 가구시장과 비슷한 규모의 이탈리아는 가구산업 단지 형성을 통해 생산한 가구의 4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가구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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