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희 사운드오브트립 대표

그는 자유여행을 즐겼다. 해외도 곧잘 나갔다. 그런데 늘 아쉬운 게 있었다. ‘집밥’을 먹지 못한다는 거였다. 놀랍게도 그는 이를 ‘아이템’으로 삼았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집밥’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든 거다. 세상이 깜짝 놀랐고 찬사가 쏟아졌다. 곽재희 사운드오브트립 대표의 이야기다.

▲ 집밥공유 플랫폼 애니스푼이 사이트 오픈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전화기가 쉴 틈 없이 울린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9월 4일 하루에만 인터뷰를 두개나 했다. 요즘 발에 차일 정도로 많다는 스타트업 CEO치고는 정말 잘나간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8월말 제3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관광마케팅 업체 ‘사운드오브트립’ 곽재희 대표는 요즘 가장 핫한 CEO 중 한명이다.

이 회사가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이템은 집밥 공유 플랫폼 ‘애니스푼(Any spoon)’이다. 외국인에게 집밥을 대접하고 싶은 한국인 가정은 애니스푼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들은 원하는 한국인 가정의 집밥 메뉴를 선택ㆍ결제하면 된다.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유학 또는 어학연수 중인 외국인에게도 유용한 서비스다.

한국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더라도 한국 가정에서 ‘집밥’을 얻어먹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애니스푼을 통해서라면 가능하다. 집밥은 물론 친구도 사귈 수 있다. 거꾸로 외국인과 교류를 원하는 홈스테이 가정에게도 유용하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홈스테이 가구수는 1만884개에 달한다. 하지만 홈스테이 가구에 머무른 게스트는 2083명에 불과했다. 집밥 공유 플랫폼 ‘애니스푼’이 홈스테이 시장의 수요ㆍ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곽재희 대표는 “외국인을 환대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부터 본다”고 말했다. 영어구사, 집밥보다 중요한 건 ‘정성’이라는 거다.  곽 대표가 정성을 강조하는 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대기업을 거쳐 여행 관련 스타트업을 다닌 그는 지난해 7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퇴직금과 신용보증기금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회사를 차렸다. 처음엔 일이 잘 풀렸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공항환대행사 등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손익은 늘 마이너스였다. 대형 여행업체와의 경쟁에서 수익을 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살길을 모색했다. 그러다 떠오른 게 ‘정성 마케팅’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1대1로 매칭하는 ‘가이드 서비스’를 넘어 아예 ‘집밥’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외국에서 집밥을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자유여행을 즐기는 그가 늘 하던 ‘외국에서 집밥을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꾼 거였다.

회사 직원들은 모두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플랫폼이 바로 ‘애니스푼’인 것이다. 곽 대표에게 애니스푼은 새로운 행복을 안겨주고 있다. “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가치를 소비하거나 가치를 생산할 때입니다. 이전에는 가치를 소비하는 데에만 행복을 느꼈죠. 지금은 가치를 생산하는 행복이 더 큽니다.” 곽 대표의 목표는 그가 생산하는 가치를 통해 행복해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거다. 어쩌면 그는 ‘집밥’이 아닌 ‘행복’을 짓고 있는지 모른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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