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경계령

▲ 무자본 M&A 과정에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횡령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기업사냥꾼이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3년간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무자본 M&A 15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사냥꾼이 약 1300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사의 주가는 M&A 이후 반토막 나거나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됐다.

# 기업사냥꾼 A씨. 그는 한 회사와 인수합병(M&A) 계약 후 시세조종으로 1개월 만에 주가를 약 80% 끌어올렸다. 이후 A씨는 주식을 담보로 인수대금을 차입ㆍ지급한 후 인수 주식을 고가에 처분해 이익을 챙겼다. A씨가 빠져나간 후 회사 주가는 바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사냥꾼이 상장법인을 ‘무자본 M&A’한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가 반토막 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3년간 적발된 무자본 M&A 사례 15건을 분석한 결과, 7월 말 기준(평균 2년 경과) 횡령 목적 M&A 회사의 주가는 평균 87%, 차익취득 목적 M&A 회사의 주가는 평균 68% 하락했다고 9월 24일 밝혔다.

이 기간 15개사의 시가총액은 5000억원가량이 증발했고, 이중 7곳은 상장폐지됐거나 현재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무자본 M&A란 기업사냥꾼이 인수할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최대주주에게 인수대금을 주고 경영권을 넘겨받는 형태의 거래를 말한다. 기업사냥꾼 입장에선 자기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무자본 M&A 주동세력은 일반 개인 외에도 법인, 증권방송전문가, 회계사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들은 M&A 과정에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와 횡령ㆍ배임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사냥꾼은 평균 현금보유액이 최대주주의 평균 경영권 인수대금에 비해 많고, 재무상황이 양호해 경영권프리미엄(평균 92억원)이 높은 회사를 물색, 타깃으로 삼았다. 또한 해당 기업의 사주와 주식양수도, 대금지급 방법 등을 협의한 후 인수주식 또는 해당기업의 보유자산 등을 담보로 차입해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인수대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사채를 동원했다.

기업사냥꾼, 3년간 1300억원 챙겨

금감원이 밝힌 또다른 사례를 보면, 기업사냥꾼 B씨는 회사를 인수한 직후 경영권을 이용해 자원개발관련 법인 지분을 약 120억원에 매입하게 했다. 이후 그는 이 자금을 전액 인출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C씨는 사채 130억원을 끌어 증자금을 납입, 경영권을 확보한 후 해당 금액을 다시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반환했다. 이들은 이어 타 법인 출자 등을 가장해 자산을 횡령하거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거나 시세조종을 해 인수한 주식을 고가에 매도했다. 해외자원개발 등 허위 신규사업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증권방송 등을 이용해 거짓을 유포하기도 했다.

기업사냥꾼들이 이로 인해 얻은 부당이득은 약 1300억원에 달했다. 기업사냥꾼들이 기업을 인수한 후 막대한 부당이익을 얻고 떠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불과 평균 6개월(차익취득 목적)~15개월(횡령목적)이었다. 금감원은 “인수인이 개인이나 비외감법인인 경우 인수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인수합병이 이뤄진 기업이 타법인 출자를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경우 출자 대상 회사의 최근 매출, 수익 발생 여부, 외부평가기관의 의견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이어 “시장투명성을 저해하는 기업사냥꾼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시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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