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경찰이 지검장 음란행위 의혹 관련 데이터 취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들은 검사나 판사를 어려워하고 존경한다. 대신 높은 인격,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국민을 실망시키는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진다. 그들도 실수를 하는 사람인 셈이다. 우리의 너그러운 이해와 그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수년 전 형사재판을 변호할 때의 일이다. 피고인이 두 사람이었는데, 그중 한명의 건강이 좋지 않아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재판장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피고인의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라 의사표현이 서투르다는 말을 재판장에게 하고 싶었다. “재판장님, 피고인….” 말을 꺼내는 순간 돌아온 대답.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재판장이 고개를 필자에게 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말이다. 지난 일이라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모욕적이었다. 고운 표현의 다른 말이 많은데다가 의뢰인의 앞이 아니던가. 몇년 전 어느 판사가 지하철로 출근을 하던 중 여성에게 몸을 밀착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사직한 일이 있었다. 위층집에서 소음이 나자 그 집 차량의 손잡이 열쇠구멍에 접착제를 바른 부장판사도 있었다.

그는 자동차 타이어에까지 구멍을 내 조사를 받고 사직했다. 어떤 검사는 내사ㆍ수사 무마 청탁으로 10억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징역 7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무수습을 위해 검찰청에 파견 중이던 신참 검사가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여성 피의자와 2차례 유사 성행위를 하고, 3회에 걸쳐 성관계를 가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엔 지방의 어느 지검장이 시내의 한 음식점 근처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실망한다. 국민들은 검사나 판사의 직위에 있는 이들을 존경하고 어려워한다. 대신에 그 직위에 어울리는 인격,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이리라.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매순간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이 아닐까. 기독교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고, 예수가 모든 인간을 대신해 십자가에 매달려 죄를 용서받았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는 것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부족함’이 있다는 말이다. 불교는 어떤가. 깨달음을 얻어 해탈을 할 때까지 윤회를 거듭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깨달음을 얻지 못해 생을 반복하고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부족함이 있다는 얘기다.

 
심판받지 않으려거든 심판하지 마라

다른 종교들도 신의 전지전능함과 대비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야기한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는 누구나 부족하고, 필연적으로 실수를 한다. 오히려 실수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새로운 사실을 배우며, 깨달아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존경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에 어울리는 인격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도 그들의 실수에 가혹한 비판을 넘어 너그러운 이해를 할 필요성도 있다. ‘심판받지 않으려거든 심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고 차갑게 말했던 판사도 지금쯤은 보다 여유롭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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