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파급효과

▲ 전자가상화폐의 발전이 금융업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아무리 어려운 국면에서도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여신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자ㆍ가상화폐의 유통이 활발해지면 어떨까. 금융시장의 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

금융업계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저금리ㆍ저성장 기조의 영향으로 수익성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은행ㆍ보험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12년 4분기 2.0%에서 올해 2분기 1.82%로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시련은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은행업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6월 5370개였던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수는 1년 사이에 269개가 사라졌다. 인력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씨티은행은 642명의 직원을 줄였고, SC은행은 459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국내 은행도 60~170명의 인원이 줄어들었다. 원인은 수익 감소와 함께 환경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은행 창구를 찾는 대면對面 거래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2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창구거래를 통한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 비중은 11.2%를 기록했다. 2005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저수준이다. 하지만 비非대면 거래인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의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김태오 금융결제연구소 연구원은 “인터넷의 확산은 다양한 분야에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했다”며 “화폐를 포함한 지급수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거치치 않는 가상ㆍ전자화폐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업계를 더욱 곤경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이체는 은행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라며 “하지만 전자ㆍ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자금이체에서 얻는 결제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거래의 집중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영업성과가 좋은 우량기관이 발행한 전자•가상화폐의 선호현상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전자ㆍ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발행기관이 부실할 경우 지불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는 안전성이 보장된 우량기관을 통해 전자ㆍ가상화폐를 거래하길 바랄 게 뻔하다. 전자ㆍ가상화폐가 활성화할수록 금융기관간 ‘간극’이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고객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금융기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페이’와 같은 비금융회사의 결제산업 진출도 금융업계엔 고민거리다. 은행이 지급결제기관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여신기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전자ㆍ가상화폐가 발전하면 여신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비금융기관을 통해서도 거래가 가능해진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한 정보통신사업자는 금융업계의 큰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는 카카오페이의 결제시장 진출로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통신업체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금융업이 정보통신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편입될 경우 금융기관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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