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복합건물 유치 ‘빚과 그림자’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곳에선 ‘현대차 타운’이 조성될 것이다. 당연히 한전 부지 일대의 아파트 가치 역시 꿈틀댈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직은 잠잠하다. 시장에 기대가 이미 반영된 데다 현대차 타운이라는 플랜이 지나치게 장기적이라서다. 대형복합건물 주변 아파트에 투자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 현대차 타운 플랜에도 한전 부지 주변 아파트 시세는 아직 잠잠하다. 기다개 시장에 선반영된 탓이다.[사진=뉴시스]

대형 복합상업단지는 주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면서 대형빌딩을 비롯한 복합상업단지의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가 이런 영향력을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연면적 3만3000㎡(1만평) 이상 대형빌딩이 완공되면 상주인구의 1.5배에 이르는 방문객이 생긴다. 또 세배가량의 유동인구가 주변상가를 이용한다.” 이 공식을 서울 강남역 ‘삼성 타운’ 주변에 적용하면 주변 유동인구는 7만4000〜11만명(상주인구 1만2000〜2만명 전제)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형복합건물이 부동산 시장의 호재로 인식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유동인구를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복합쇼핑몰의 경제효과가 크다. 대형사업지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인근 주거단지의 가격을 선도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부산 해운대구 트럼프월드센텀(전용면적 84㎡ㆍ약 25평)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신세계 개장 전인 2008년 3월엔 3억9700만원(국민은행 시세 기준)이었는데, 백화점이 개장한 다음인 2009년 3월엔 4억3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3700만원 더 오른 4억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형복합시설 입점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다 보니, 각 지자체도 대형쇼핑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수稅收 증가에 랜드마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재 대형 쇼핑센터가 가장 활발하게 조성되는 지역은 인천이다. 인천에선 최근 구월동 롯데타운과 함께 신세계 이마트 조성이 발표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도 롯데와 이랜드의 쇼핑센터 입점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이 송도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 주요도시에도 대형쇼핑시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하남 유니온스퀘어’의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하남시다. 많은 분양 단지들이 유니온스퀘어를 호재로 다루며 좋은 결과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형복합단지는 ‘한국전력공사 부지’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167번지 일대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면서 인근 중소형 빌딩들을 중심으로 ‘가치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강남 일대에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시세가 50%가량 오른다는 경험칙도 작동하고 있다. 특히 한전 부지는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를 여지가 많다. 좋은 입지조건에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쇼핑센터 투자, 신중해야

한전 부지 일대에 중소형 빌딩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 지역의 시세가 1~2년 내에 10~20%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사업과 맞물려 토지의 용도변경이 이뤄질 경우 가치상승폭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한전 부지 주변의 가치상승폭은 2008년 ‘삼성 사옥’의 강남 이전효과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20-10번지 일대에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들어설 당시 주변 지가는 50%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 위치한 1328-1번지의 공시지가는 2006년 1750만원에서 2008년 2670만원으로 약 53% 올랐다. 1327-4번지는 같은 기간 45% 상승했다.

삼성사옥 준공을 전후로 임대료 상승폭도 커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일대의 임대료는 준공 이전인 2006년 350만~450만원에서 2008년 450만~700만원으로 상승했고, 보증금은 5000만~1억원에서 1억~2억원으로 두배가량 올랐다. 권리금은 5000만~1억에서 2억~3억으로 세배가 됐다. 하지만 이번 한전 부지 개발이 인근 아파트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한전 부지 매각공고가 7월에 나와 기대감이 시장에 이미 반영된 데다 현대차그룹 사옥 준공,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 등 개발 이슈는 지나치게 장기플랜이라서다.

실제로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정부가 코엑스~잠실운동장 72만㎡(약 21만평)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한 4월에도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사업자체 규모가 크고 토지 매입과 투자 유치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 종합계획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끼칠 거라는 예측이 보란 듯이 빗나간 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봉은사역 개통, 9ㆍ1 부동산 대책의 발표 시점과 비교했을 때 영향력이 훨씬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쇼핑센터 등 대형복합건물의 입점은 해당 지역의 주거 인프라 개선에 도움을 준다. 수요층 유입효과도 상당하다. 향후 아파트의 시세와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일수록 원할한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투자에 신중하지 않으면 뒤통수를 세게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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