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스템 도입한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

▲ 3방향 지게차를 탄 작업자가 ‘디지털 피킹 시스템’을 이용해서 부품을 분류·보관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아산물류센터. 이 센터에는 하루에 9.5t 트럭 300대가 드나든다. 현대차ㆍ기아차의 보수용 부품을 전국, 세계 각지에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이 물류센터의 부품 로스비율은 0.001%에 불과하다. 물품배송과 재고관리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DPI 시스템’ 등 최신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전관리를 위해 바닥까지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곳이 바로 현대모비스의 심장입니다.” 9월 30일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에 도착하자 현장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두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모듈ㆍ부품 제조와 연구개발(R&D). 또 다른 심장은 국내외에 보수용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아산물류센터다. 충남 아산 인근 24만1402㎡(약 7만3024평) 부지에 위치한 아산물류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물류센터는 현대차ㆍ기아차의 국내 보수용 부품을 70개 사업소에, 기아차의 AS 보수용 부품을 해외 201개 국가에 공급하고 있다. 부품공급 차종은 196개 모델이고, 품목은 201만개에 달한다. 그중 양산 차종은 78개(40%), 단산 차종은 118개(60%)다. 하루 물동량은 9.5t 트럭 기준으로 수출 120대, 국내 180대 등 총 300대 수준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7억원가량이다.

아산물류센터 안으로 들어서기 전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현대모비스가 만드는 최고의 부품은 안전과 행복입니다.” 물류센터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 현재 전 세계에 운행되고 있는 현대차ㆍ기아차는 5000만대(현대차 3221만대ㆍ기아차 1755만대)에 육박한다. 그룹이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이룬 상황이고, 이제는 ‘서비스’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원활한 AS부품 공급과 빠른 수리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ㆍ기아차를 타는 운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몰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물류센터 안 물류 창고. 현장 직원이 지게차를 타고 부품이 들어있는 박스를 옮기고 있다. 이후 지게차에 연결된 개인용 휴대단말기(PDA)를 활용, 높이 2m가 넘는 저장선반에 분류ㆍ정리하고 있다. 201만개 품목을 관리하는 것치고는 다소 간단해 보였다. 비밀은 PDA를 이용한 물류처리 시스템에 있었다. 아산물류센터 관계자는 “PDA로 부품 바코드를 찍으면 수량ㆍ저장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물류센터 입고부터 출하까지 모든 작업을 처리,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 창고. 이곳에선 보다 큰 부품을 보관ㆍ처리한다. 저장선반 역시 5층(14m) 높이로 거대했다. 작업은 3웨이 랙포커(3방향 지게차)로 이뤄졌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든 선반에는 2개의 표시장치가 설치돼 박스번호와 부품수를 보여준다. 그날 출고해야 할 부품 선반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표시장치의 지시에 따라 부품 출고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2’, ‘40’으로 표시되면 2번 박스에서 40개의 부품을 출고하라는 것이다. 입구에 설치된 삼색등은 필요한 작업자 수를 나타낸다. 빨간불이면 3명, 노랑은 2명, 녹색은 1명이 작업하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바로 이것이 아산물류센터가 자랑하는 ‘디지털 피킹 시스템(DPS)’이다.

원활한 AS부품 공급, 브랜드 충성도 ↑

아산물류센터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별도의 숙련 없이 초보자도 쉽게 작업할 수 있게 됐고, 생산성도 30% 이상 향상됐다. 또한 물품 배송과 함께 재고 관리가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로스 비율도 0.004%에서 0.001%로 떨어졌다. 이렇게 불출된 부품은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포장 공정으로 옮겨진다. 물론 부품이 담긴 플라스틱 바구니에도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어떤 부품이 어디로 배송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포장 작업자 역시 이 바코드를 읽고, 특별 제작된 종이 박스에 담아 주문지역으로 배송한다.

물류센터의 바닥에도 비밀이 있다. 무거운 부품을 운반하는데다 선반과 선반 사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칫 바닥이 평평하지 않으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물류센터 바닥은 강섬유강화 콘크리트(SFRC)로 시공됐다. 강섬유강화 콘크리트는 말 그대로 콘크리트와 강섬유를 혼합한 복합재료다. 보통의 콘크리트에 비해 10배 이상 충격에 강하다. 특히 마무리 작업은 레이저를 이용,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중장비를 이용한 물류 운반에 효과적이다.

▲ 현대파텍스 직원들이 현대차·기아차 단종차량에 들어가는 AS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현대파텍스 제공]
현대모비스는 현대차ㆍ기아차 AS부품의 책임공급자로,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단종 후 8년간 책임지고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한발 더 나아가 단산 후 10년 이상 된 차량의 부품도 다수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30년 이상 된 포니의 부품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다만 부피가 크고 쉽게 녹이 슬 수 있는 패널(외부 철판) 등의 부품은 현대모비스가 재고로 보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제작을 하는데, 이를 현대파텍스가 맡고 있다. 현대파텍스는 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3사가 100% 출자해 설립됐다. 2006년 충남 서산에 공장을 착공, 2007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차ㆍ기아차 단산 차종의 패널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연간 200여만개 규모다.

사실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매번 단산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량생산과는 달리 소량생산만을 할 경우 자동차 문짝 하나에 생산 원가만 100만원이 넘게 들기도 한다. 이에 따라 단산 차종의 AS 부품을 책임지는 현대파텍스는 효율적인 생산체제 구축을 통한 생산효율성 향상이 필수 요소다. 현대파텍스는 현재 4800여개의 금형틀(현대차 2902개ㆍ기아차 1936개)과 4개의 대형프레스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도ㆍ포장 라인을 갖춘 일관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종차량 AS부품 생산하는 현대파텍스

일관생산시스템이란 1차 제품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현대차ㆍ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전산시스템과 연계된 시스템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현대파텍스는 해당 차종의 금형틀을 찾아 라인에 올린다. 이후 한개의 라인에서 ‘프레스→차체→도장→포장’의 모든 과정을 거친 후 완성제품이 현대차ㆍ기아차와 현대모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현대파텍스 관계자는 “우리의 역할은 크게 두가지”라며 말을 이었다. “우선 현대차ㆍ기아차의 고령 차량을 보유한 고객에게 신속하게 AS 부품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수익을 많이 올리겠다는 것보다는 고객만족 서비스 강화가 핵심 포인트다. 다른 하나는 AS 부품 전용생산라인을 구축ㆍ생산해 현대차ㆍ기아차가 신차 개발과 양산차 생산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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