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콘텐트가 성공하려면 시나리오ㆍ연출ㆍ연기자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 세가지 요소에 ‘한가지’가 더 필요해졌는데, 바로 기술이다. 기술이 콘텐트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아쉬움을 준다. 기술이 빠졌기 때문이다.

▲ 인천아시아게임 개막식은 기술이 빠지면서 문화 없이 스타만 강조한 한류콘서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경쟁력이다. 우리나라의 드라마ㆍ노래ㆍ영화는 나름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한류스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류가 한참 성장할 때 한류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드라마의 경우를 보자. 작가ㆍ연출가ㆍ배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누구일까. 올해 초 최고의 히트작인 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를 살펴보자.

작가인 박지은, 연출가인 장태유, 그리고 남녀주인공인 김수현과 전지현 중에서 드라마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셋 모두일 수 있다. 이처럼 성공하는 콘텐트는 시나리오ㆍ연출ㆍ연기자 셋 모두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 마치 세 다리가 ‘솥鼎’을 받치고 있듯 작품에서도 셋 모두가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할 때 성공이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하나의 다리’가 더 필요한데, 바로 기술(technology)이다.

기술은 현대의 콘텐트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성공한 영화 ‘명량’은 1시간에 달하는 해전을 보여 준다. 촬영ㆍCG(computer graphic)ㆍ편집 등의 기술적 요소들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나 노래에도 기술이 콘텐트의 완성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그래서 경쟁력 높은 한류의 성공 요소 중 하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9월 19일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감탄보다는 비판과 비난이 더욱 많다. 비판의 핵심은 ‘한류잔치’라는 점에 있다. 몇몇의 한류스타만이 눈에 띄고 그들에게만 의존한 한류콘서트라는 비판이다. 또 하나는 한국의 문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몇몇 나라의 개막식 행사를 보면 자국 중심의 내용으로 국수주의ㆍ제국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문화에 대한 해석을 한류로 한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나리오’가 비판받으면서 영화 출신의 두명의 연출가도 도마에 올랐다. 스포츠 대회의 개막식은 ‘그라운드 이벤트(ground event)’라고 불리는 문화콘텐트의 한 장르다. 문화콘텐트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개막식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공간에 대한 해석과 사용이 매우 미진했다. 그라운드 이벤트의 표현 공간은 1차원(그라운드)과 2차원(수직적 상단)을 넘어 3차원(입체적 상단)적 차원의 연출을 지향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막식을 시점으로 그라운드 이벤트의 연출공간은 3차원을 지향하고 활용하는 것이 대세다. 16년 전의 이야기다. 더욱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경우에는 4차원 공간(그라운드 하단)까지 연출의 폭을 넓혔다. 향후 공간 활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공간 확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명량의 해전과 별그대에서의 초자연 현상을 지루함과 어색함 없이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기술이다. 그라운드 이벤트에서도 공간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표현을 보여 줄 수 있는 것 또한 기술이다. 그것도 아주 전문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스타만이 보이는 개막식이 됐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마저 없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드라마로 본다면 연출가와 스타만이 있고, 시나리오와 기술이 빠진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는 당연히 성공할 수 없다. 어느 분야는 기술을 너무 맹신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분야는 지나치게 기술을 무시하기도 한다. 맹신도 좋지 않지만, 무시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 그 자체는 절대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할 때 기술은 훌륭한 수단이다. 그래서 기술을 잘 아는 분야별 전문가도 중요하고 전체를 아우르고 목적을 추구하는 통합형 전문가도 꼭 필요하다. 
류준호 박사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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