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시대, 원ㆍ달러 환율 괜찮나

▲ 미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사진=뉴시스]
10월 1일 원ㆍ달러 환율이 1060원선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양적완화정책 종료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구체화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유로화 약세도 한몫했다. 한편에선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강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7월부터 9월말까지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Major Currencies IndexㆍMCI)는 6.7% 올랐고,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Other Important Trading Partners IndexㆍOITPI)는 1.9% 상승했다. 주요 통화별로 보면, 같은 기간 러시아 루블화가 15.2%나 절하됐다. 다음으로 브라질 헤알화(11.2%ㆍ이하 절하폭), 체코 코루나화(8.5%), 유로화(8.3%), 일본 엔화(8.0%), 호주 달러화(7.7%), 스위스 프랑화(7.7%), 헝가리 포린트화(7.7%), 스웨덴 크로네화(7.6%), 터키 리라화(7.1%), 영국 파운드화(5.7%) 순이었다. 반면에 중국 위안화는 1.0% 절상됐고, 태국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인도ㆍ대만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통화는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다. 한국 원화는 같은 기간 4.3% 절하됐다.

달러화 강세가 전개되는 배경은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순차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영향이 크다. 9월 16~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연준의 조기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화시켰지만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구체화했다. 10월 말을 마지막으로 3차 양적완화정책(QE)을 종료하겠다고 명시한 가운데 12월 FOMC에서 ‘상당 기간’라는 문구가 성명서에서 빠졌다. 내년 6월께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양적완화정책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당장 채권 수급 측면에서 금리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다.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후퇴했다. 금리 상승은 전적으로 수급과 경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금리가 실물경제에 부담이 되기 전까지는 금리 오름세가 이어져 연말에는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3% 내외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 상승은 그 자체만으로도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미국계 자금의 신흥국 투자 유인을 약화시킨다.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의 이탈 현상이 전개된다면 신흥국 통화 약세까지 더해져 달러화 강세가 심화된다.

유럽 통화의 약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 인하(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와 증권매입 프로그램(SMP) 불태화 조치(시중에 돈이 불어나지 않게 하는 것) 중단, 선별적 장기자금공급조작(TLTROs) 등 을 발표했다. 9월 회의에선 ECB가 예상보다 빠른 행보를 보였다. 9월 18일 1차 선별적 장기자금공급 시행을 앞두고 정책금리를 0.05%까지 낮췄다. 10월부터는 전면적 자산매입(OMT)의 일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 본드(Covered Bond)를 매입하기로 결정해 양적완화정책을 시작할 방침이다.

유로화 약세, 강달러 부추겨

러시아 루블화를 비롯한 동유럽 통화의 약세는 더욱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심화된 영향이 반영된 탓이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농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천연가스를 활용한 에너지 자원의 무기화까지 고려 중이다. 이미 러시아는 동유럽 지역으로의 가스 수출규모를 줄였다. 그 결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일시적 오름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이는 유럽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통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밖에도 스코틀랜드의 영연방 독립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유럽 내 여러 지역에서 민족주의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독립 이슈도 있고, 심지어 독일에서조차 유로존의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신생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보이며 약진했다. 경제공동체의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유럽 통화, 특히 기축통화로서 유로화의 신뢰는 퇴색한다.

이미 ECB의 정책금리 인하로 인해 유로 리보 금리는 달러 리보 금리보다 크게 낮아졌다. ECB가 선별적 장기자금공급에 이어 자산유동화증권과 커버드본드 매입까지 시작할 경우, 미 연준과의 상대적 발권력 변화 측면에서도 유로화는 추가적인 약세가 예상된다. 유로화가 당장 반등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조기에 가라앉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서방간 갈등, 민족주의 성향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미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면서 강달러 흐름이 심화되면, 미국계 자금의 신흥국 투자유인은 약화된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에서 선진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 신흥국은 중국ㆍ인도 등 고성장 국가의 수혜를 바탕으로 역내 수요가 상당히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과 같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로 전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외환보유액과 대외부채 등 대외안정성도 과거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상흑자는 800억 달러(약 85조800억원)에 육박했다.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는 900억 달러 수준도 가능하다. 외환보유액은 36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대외부채 부담 역시 크지 않아 대외안정성이 상당히 양호하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소 이탈하더라도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할 여지는 적다.

“내년 원ㆍ달러 환율 평균 1040원”

대신 상반기처럼 나홀로 원화 강세가 심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강달러가 심화돼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원ㆍ달러 환율 역시 반등이 불가피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 부양을 위해 내수 활성화와 자산가격 상승을 꾀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서 원ㆍ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악화 우려를 언급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를 높였다. 이를 고려할 때 원화 강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연내 원ㆍ달러 환율 1000원선이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년 평균 원ㆍ달러 환율은 1040원으로 예상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cyyoon@shinhan.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