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 고추 끝에 생기는 염증을 ‘귀두 포피염’이라고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면서 소낙비가 쏟아져 내린다. 사납게 떨어져 내리는 빗줄기가 아스팔트 위에 부딪치며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도시민에게는 귀찮을 수 있으나 농촌에는 더없이 귀한 비가 아닌가한다. 소낙비를 보며 비에 대한 잡념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어려서 마음을 설레게 했던 책이다. 소나기를 읽으면서 필자도 비오는 날 예쁜 여성과 만남을 기대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비를 보며 빈대떡에 소주 한잔을 떠올린다.

비와 관련 또 다른 기억이 있다. 필자는 어려서 고추 끝이 빨개지고 아파서 고생한 적이 있다. 오줌을 눌 때마다 화근거리는 바람에 소변을 보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 근처에 살던 연세 드신 분이 고추를 살펴보더니 한 말씀했다. “비오는 날 지렁이 보고 오줌을 눠봐서 그래. 크면 고추가 예쁘게 되니 아파도 참어라.” 비오는 날에 지렁이를 보고 오줌을 눠서 고추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당시 ‘큰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받았구나’라며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의학적 접근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어른의 말씀은 곧 진리였다.

비오는 날이면 여기저기 지렁이가 땅위로 나와 기어 다닌다. 당시 평소 보기 어려웠던 지렁이가 신기했다. 물론 동네 꼬맹이들끼리 모여 형들을 따라 지렁이에 오줌을 눴다. 지렁이는 꿈틀대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거기에 대고 오줌을 눠야만 동료의식을 느낀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어른들은 왜 그런 말을 어린 아이에게 했던 것일까. 아마도 지렁이와 같은 미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르쳐주기 위해 그런 것 같다.

고추 끝에 생기는 염증을 ‘귀두 포피염’이라고 한다. 주로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에게 생긴다. 음경의 끝을 귀두라고 하며 포피로 덮여있다. 성기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지게 되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귀두와 포피 사이에 공간이 있으며 어려서는 서로 붙어 있고 크면서 분리가 된다. 사이공간에 주변조직에서 분비하는 분비물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 고이면서 찌꺼기를 만든다. 찌꺼기에 세균이 붙으면 염증이 생긴다. 주로 포피의 입구가 좁은 상태에서 분비물 찌꺼기가 더 잘 고여 염증을 유발한다.

증상은 고추 끝이 빨갛게 부으면서 통증이 있다. 고름 같은 분비물이 나오고 소변볼 때 따갑다고 호소한다. 소변검사에서 염증세포를 발견한다. 예방이나 치료는 귀두 주변에 분비물이 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고추 끝을 흐르는 깨끗한 물이나 비누로 가볍게 아침저녁으로 씻어준다. 평상시 더러운 손으로 고추를 만지작거리지 않게 주의를 한다. 필요하면 국소 항생제 연고나 먹는 약을 투여한다. 자주 재발하면 포경수술을 하는 게 좋다. 포경수술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러나 포피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 생길 경우 자주 재발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무조건 포경수술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물론 지렁이를 향해 오줌을 눈다고 귀두 포피염은 생기지 않는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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