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고하다 ❶ 일과 삶

▲ 장수의 시대에 불안한 노후를 보내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이 중요하다.[사진=뉴시스]
은퇴 후 준비는 달리 말해 ‘장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준비라고 해서 다른 게 없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은퇴 후를 대비해 ‘수입처’를 마련해 놓는 거다.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팔 곳을 미리 ‘찜해’ 놓으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평균 53세에 정년을 맞는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정년이라지만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순 없다. 노동시장에서 퇴장해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시기를 ‘실질 은퇴 연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 연령은 남성 71.1세, 여성 69.8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성은 멕시코(72.3세), 여성은 칠레(70.4세) 다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직을 하고도 70세가 넘도록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은퇴를 했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게 과연 좋은지는 따져볼 일이다. 과거엔 현역에서 물러나 일을 하지 않는 게 ‘말년의 행복’ 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처럼 장수시대엔 오래 일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예를 들어보자. 1억원의 금융자산을 가진 A씨와 B씨. A씨는 60세부터 자신의 금융자산을 생활비로 쓰기 시작했다. B씨는 일을 하면서 65세부터 쓰기 시작했다. 매월 200만원씩 생활비로 쓴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A씨는 65세 시점에 남는 돈이 없게 된다. 오히려 2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를 공식화하면 [1억원-(200만원×12개월×5년)]이 된다. 반면 60세부터 65세까지 일로 생활비를 충당한 B씨는 금융자산이 늘어난다. 5% 은행 금리로 운용했을 경우, 1억원은 5년 후인 65세에 1억2700만원이 된다. 같은 돈이지만 5년 일했다는 이유로 소진기간이 약 3배 늘어난다. 현실적으로 은퇴 후 돈 쓸 일이 많다. 우리나라의 60대 이상 은퇴 가구의 한달 평균 적정 소득은 약 260만원이다. 50대는 300만원으로 국민연금 예상수령액과 자녀 결혼 유무 등을 고려하면 조금 더 든다.

그에 비해 은퇴준비는 미흡한 편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인 은퇴 백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은퇴준비지수는 56.7점으로 ‘주의’ 단계다. 비은퇴자 1782명, 은퇴자 518명 등 총 2300명을 대상으로 재무ㆍ건강ㆍ활동ㆍ관계영역 등 4개 분야에 걸쳐 조사한 결과, 저축이 월 평균 15만원에 그쳐 재무 부문에서의 준비가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일은 모든 면에서 도움을 준다. 2009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구자료를 보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소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78.3%가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얻은 소득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된다고 응답했고 빈곤율은 참여 전 64.1%에서 참여 후 58.0%로 약 6.1%포인트 줄어들었다.

은퇴 후를 ‘잉여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또 다른 삶의 시작이자 연속으로 바라보고 대비해야 한다. 2막과 후반전은 반전이 있는 시간들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고 또 다른 성공이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도 있다. 축구 경기에서 우승을 위해선 전반전도 중요하지만 후반전은 더욱 중요하다. 체력도 떨어지고 정신력도 흐려지는 그 시간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버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인생이란 장기전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하는 것’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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