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일의 Private Lesson

▲ 저금리가 자산운용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금리인하는 실물경제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들이 동조현상을 보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살펴봤다.

올 8월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15개월 만에 이뤄진 금리인하를 시장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게다가 추가인하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금리인하 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른바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한국형 양적완화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의 실효성을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를 인하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금리는 돈이 거래될 때 붙는 이자다. 돈을 빌려갈 때 일정한 이자를 더해 갚기로 한 계약인 셈이다. 금리는 거의 모든 금융거래에서 발생한다. 금리를 경제정책의 근간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금리’는 최근 더 큰 힘을 과시하고 있다. 전세계를 뒤집어 놓은 2008년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금리 때문이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한국은 이제 1%대의 예금금리를 받는 시대가 됐다. 이 사실은 앞으로 벌어질 많은 일을 예상하게 한다. 우선 물가인상률이 1%대가 될 것이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상품이 1%대의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고 안전자산인 국ㆍ공채 수익률도 1%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지표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동조현상을 보이기 일쑤라서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든 지 오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돌파한 국가지만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국가의 성장에너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물론 국내 기업도 한국에서는 더 이상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한국이 당장은 시장금리 정도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와 경제성장률이 그 궤를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쉽게 생각할 부분은 아니다.

저금리는 국민생활의 여러 가지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직장인의 월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월급은 현금흐름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월급은 그 성격상 수익형부동산이나 채권과 비슷하다. 가치에 따라 매월 일정한 현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월급은 금리가 떨어져도 그 가치는 하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유일한 자산이 될 것이다. 자산관리만큼 개인의 ‘몸값’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저금리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연금가입자의 연금수령액이 감소할 수 있다. 연금을 가입할 때 소비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후 얼마의 연금을 수령하게 될지 예상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그 예상금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저보증 금리가 있다면 그 이상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최저보증금리가 1%대로 낮아진 게 오래전 일이라는 데 있다. 초장기 상품인 연금 상품을 가입할 때는 금리에 관해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시중의 연금상품들은 모두 연금 수령시 고정된 연금을 수령하거나 체증형으로 수령하게 돼 있다. 연금을 수령하게 될 경우 투자수익률에 의해 금액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금액만 받는 연금상품이 많다는 얘기다. 변핵보험 중에서는 일부 상품만 연금 수령시에도 투자수익률에 따라 금액이 올라가는 실적금리형인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대출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숨통이 조금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하나ㆍ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50대 이상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말 기준 42.7%에 달했다. 은행업계는 대출금액의 상당수가 창업자금이나 운용자금으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업자금을 주택대출로 해결하는 자영업자가 많든 사실은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베이비붐의 창업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자영업을 위한 대출이 가계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으면 주식형 자산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시장금리보다 매력적인 고배당 주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배당소득이 가지는 분리과세 등의 혜택과 배당수익이 은행이자보다 낫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 매매로 얻는 시세차익이 비과세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낮은 채권금리는 더 높은 금리를 찾는 국내자금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게 한다. 여러 국가의 국ㆍ공채 상품도 있고 한국보다 안전한 선진국형 ‘하이일드 채권’도 있다. 잘만 고르면 한국보다 두배 정도 높은 금리를 수익을 올릴 공산도 크다. 해외주식시장의 경우에는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시기별로 다른 수익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금리는 이제 가장 강력한 재정정책의 무기가 됐다. 그 위력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제대로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도 금리를 낮췄지만 그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경우 물가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성 없는 화폐전쟁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준일 평생자산관리연구소 대표 wnsdlf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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