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기금운용평가보고서 정밀분석

▲ 3대 연기금 중 공무원연금이 투자부진의 영향으로 6년 연속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자산운용은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산은 효과적으로 굴러가는데, 수익률은 형편없다는 거다. 대체 무슨 말일까.

직장인 최형섭(35)씨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부족한 월급과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일찍 재테크에 나서야 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모은 종잣돈으로 재테크에 나선 김씨는 채권ㆍ주식 등 다양한 부문에 투자를 했다. 2010년부터는 전문 자산운용사에게 돈을 맡겼다. 재테크에 문외한 자신보다는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해서다.

자산운용사는 자산의 계획ㆍ집행ㆍ운용상품의 집중도ㆍ효율성 등이 매우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최근 김씨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긴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3년 동안의 수익률은 고작 2.3%대를 기록했다. 최씨는 “차라리 수익률과 비슷한 3년만기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 두는 게 나을 뻔했다”며 “운용사에 돈을 맡긴 3년 동안 괜히 마음만 조렸다”고 씁쓸해 했다.

‘자산운용은 잘 되고 있는데, 수익률이 낮다?’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자산이 효율적으로 굴러가면(운용), 당연히 수익률이 좋아야 하는 게 아닌가. 최근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공무원연금이 바로 이 케이스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금융자산 수익률은 3.5%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수익률 4.2%, 사학연금 수익률 3.9%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다. 실제 공무원연금은 6년 연속 3대 연기금 중 수익률 꼴찌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의 운용평가는 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보고서Ⅱ’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은 자산운용의 체제ㆍ계획 적정성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탁월’을 받았다. 자산배분 적성성 부문에선 ‘우수’ 등급을 받았다.

자산운용 평가 결과는 탁월ㆍ우수ㆍ양호ㆍ보통ㆍ미흡ㆍ아주미흡 등 6단계로 나눠져 있다. 자산운용관리(집행) 부문에서는 운용관리 효율성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위험관리의 효율성과 성과관리 효율성 항목은 지난해 보다 한단계 떨어진 ‘양호’를 기록했다. 그 결과, 공무원연금은 2013년 자산운용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2012년 ‘보통’에서 1년만에 2단계나 상승했다. 자산운용 관리체계가 우수하다는 게 등급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많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국가에서 운용하는 기금인 만큼 관리체계와 운용체계가 우수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안정적인 연금지급을 위해서는 운용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매년 수조원을 국민혈세로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운용실적이 저조한 공무원연금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의 과거 3년 연평균 절대수익률 등급은 ‘아주 미흡(2.23%)’이었다. 단기자산의 절대수익률과 상대수익률이 각각 ‘탁월’ 등급을 받은 것이 그마나 위안거리였다. 운용평가단의 평가에서도 수익률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많았다. 목표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부분의 자산군이 목표수익률에 못 미친 원인이 높게 책정된 목표 수익률에 있다는 거다. 내부운용보다 실적이 우수한 연기금투자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운용평가단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금의 특성상 예금과 채권투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는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자산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의 전체 자산 수익률을 2012년 4.0%에서 지난해 2.7%로 하락했다.

수익률 낮아도 평가는 ‘우수’

결국 공무원연금은 자산운용이 탁월하지만 수익률은 저조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바닥을 보이는 이유도 ‘수익률’에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건데,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운용이 수익률 저하를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지난해말 기준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식보유 비중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16.83%), 현대차(4.43%), SK하이닉스(2.56%), 포스코(2.25%) 등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2013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공무원연금의 투자실적에서 고스란히 들어났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주식 투자수익률은 0.93%로 같은 기간 시장 평균 수익률인 2.14%를 한참 밑돌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유주식만으로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투자 성향을 알 수 있다”며 “어느 정도는 공격적인 자산운용이 이뤄져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ㆍ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채권과 우량주식 위주의 투자를 고집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공무연원금공단도 ‘금융자산운용지침’ 개정을 통해 수익률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우선 2019년까지 해외투자비중을 21%로 올릴 예정이다. 올해 해외투자 비중인 11.6%에 비해 9.4% 증가하는 것이다. 자산별로는 해외 채권과 주식의 비중을 각각 7.9%, 8.9%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채권투자의 비중을 지금의 40%대에서 36.5%로 낮추고 주식투자와 대체투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금운용평가단의 지적사상을 반영해 전략ㆍ전술적 자산배분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내부운영과 외부운영의 목표 비중을 설정했다. 하지만 들어오는 수입보다 연금충당부채로 나가는 돈이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연금이 계획대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공무무원연금은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지불준비금 비중이 높다”며 “현실에 맞게 자산배분 비중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식과 대체투자의 증가폭이 크지 않아 실제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2013년 말 공무원연금의 금융자산규모는 3조9798억원이다. 이 가운데 51.1%에 해당하는 2조302억원이 채권형 상품에 투자됐고 28.8%에 해당하는 1조1445억원이 투식투자에 쓰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공무원연금 자산 4조원 가운데 지불준비금 비중은 4.2%로 1661억원을 기록했다”며 “연기금의 특성상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원활한 기금운영을 위해서는 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