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제맥주 노리는 까닭

▲ 미국 수제맥주 소비량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5%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제맥주시장이 뜨고 있다. 이태원에 수제맥주 펍이 등장한 이후다. 신세계, 롯데 등 유통기업도 ‘수제맥주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바로미터는 미국시장이다. 미국 수제맥주사들의 실적과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어서다.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짚었다.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량은 세계 주요국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들은 ‘맥주의 나라’ 독일보다 연간 0.5L, ‘와인의 나라’ 프랑스보다는 0.1L 더 마신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주류 소비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4년 전 18%보다 증가했다. 이런 맥주시장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등장했다. 수제 맥주다. 개성, 특별함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하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수제맥주 시장은 좋은 바로미터다.

미국에는 약 2700여개의 소규모 맥주 제조사(Micro Brewery)가 존재한다. 다른 주류의 소비 증가세가 2~4%인데 반해 수제맥주 소비량은 2010년 이후 매년 15%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 710만 배럴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생산량은 2013년 1560만 배럴로 2배 이상 성장했다. 2014년에는 1800만배럴 이상 생산될 것으로 전망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13%에 달한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성장세가 날로 가팔라진다는 거다. 2010년 11.0%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13.9%, 2012년 14.8%, 2013년 18.2%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맥주 생산량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08년만 해도 4%에 불과하던 수제맥주 비중은 지난해 8%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수제맥주의 소비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수제맥주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1%까지 확대됐다. 2022년에는 22%의 점유율로 도수가 낮은 라이트맥주의 뒤를 이어 2위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수제맥주 제조업체는 보스턴 비어 컴퍼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2010년 이후 줄곧 20%대 ROE(자기자본 이익률)를 기록 중이다. 2013년엔 7039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54%에 달한다. 또 다른 업체 몰슨 쿠어스 브루잉도 2013년 순이익 5491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4%나 늘어난 수치다.

수제맥주사들의 주가 또한 고공행진 중이다. 보스턴 비어의 주가수익률은 57.9%에 달할 정도다.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수제맥주사들이 이젠 주가수익률로 투자자를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ㆍ롯데 등의 대기업들이 수제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미국 수제맥주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점시장이던 맥주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한국의 수제맥주시장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정부 지원이라는 순풍도 불고 있어서다. 최근 소규모 맥주제조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주세酒稅 법령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수제맥주 제조사들의 주세가 5%로 떨어짐은 물론 소규모 업체에 불리했던 유통구조도 대폭 개선된다. 현재 수제맥주에 부과되는 세액이 수입산 맥주의 세배가 넘는 점을 감안할 때 수제맥주 시장 성장에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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