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권리금은 임대인과 무관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사진=뉴시스]
상가 권리금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이에 따라 권리금의 반환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건물주의 무리한 명도요구에 의한 경우에는 일정 부분 반환한다는 판례는 있다. 권리금을 줄 때 모든 변수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을 퇴직하고 집에서 쉬던 A씨. 무슨 일이든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다니던 직장 부근에 있는 커피숍이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용기를 내 커피숍을 운영하기로 한 A씨는 임차인을 만났다. 임차인은 임대기간이 2년 남아 있지만 5년 동안 장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시설비가 투입됐고 장소가 좋으니 권리금을 내라고 했다. A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임대인과는 상견례를 하고 관례에 따라 남은 2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임대인은 2년의 임대기간이 지나자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5년을 보장해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임대인은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뗀다. A씨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권리금은 어찌 되는 것인가.

부동산의 임차인이 임대기간 중 사정이 생겨 자신의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때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곤 하는데, 명목은 시설비 등이다. 매장에 시설물을 설치했으면 그 비용을 회수하려는 건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 주고 받는 게 권리금이다. 하지만 권리금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법률이 규정한 바가 없어서다. 권리금 분쟁을 판례를 통해 해결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은 권리금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임대차 계약이 종료한 경우 임차인이 전 임차인에게 줬던 권리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판례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권리금은 임대차 목적물이 가지는 장소적 이익 등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권리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권리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판례는 “장기간에 걸친 임대차를 예상하고 권리금을 지급했는데, 건물주의 명도요구에 의해 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엔 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는 기간에 해당하는 권리금은 반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A씨의 사례다. A씨에겐 ‘5년 기간 보장’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임대계약서에 이 내용을 기재했으면 문제될 게 없다. 따라서 A씨는 주장할 권리가 없어 보인다. 이처럼 권리금은 그다지 튼튼한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임대기간이 만료돼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전 임차인과 무슨 말을 했든 회수할 방법이 묘연하다. 마치 모래 위의 성과 같다.

다행히 최근에는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해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권리금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ㆍ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 이 법안은 임대인에게는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 같다. 또 임대인의 방해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책도 마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입법으로 임대인의 소유권과 임차인의 영업권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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