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에 휩싸인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최저 실적을 보이면서 전자 계열사의 실적도 기대치에 못미칠 전망이다. 사진은 서초구 삼성전자 홍보관 삼성 딜라이트.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60% 정도 줄었다.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이다. 실적부진 후폭풍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전자 계열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 전자 계열사가 삼성전자의 의존도를 줄이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4분기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거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부품 계열사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액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50조원을 밑돌았고, 영업이익은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갤럭시 신화’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0.45%, 영업이익은 무려 59.65% 줄어든 성적이다. 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10.22%, 영업이익은 42.98% 줄었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에 빠진 ITㆍ모바일(IM) 부문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진은 부품 사업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스마트폰 생산을 염두에 두고 투자됐던 AMOLED 사업부도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부문은 12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적부진 후폭풍은 삼성전자에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기ㆍ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에도 불고 있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은 그동안 삼성전자 덕분에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스마트폰사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동반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 삼성전기는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반도체기판ㆍ카메라모듈 등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4 효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됐지만 생산지연으로 그 개선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가격전략을 펼치면서 원가절감 압박이 커졌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3분기 매출액 1조8000억원, 영업적자 53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특히 갤럭시노트 4ㆍ엣지 생산 지연으로 3분기 카메라ㆍ기판 부문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 매출액은 1조9400억원으로 예상치에 부합할 전망이나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기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며 “갤럭시노트4의 출시 효과로 2분기 대비 이익 모멘텀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복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실적부진 전망이 나오면서 8일 삼성전기 주가는 전날보다 3.13%(1450원) 하락한 4만4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 전자계열사 ‘동반 실적부진’

삼성SDI는 그나마 삼성전기에 비해 상황은 낫지만, 3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에 모바일 기기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의 30%를 삼성전자 납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378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출하 대수와 수익성이 예상보다 부진해 삼성SDI의 IT용 2차전지 역시 출하대수와 수익성의 하향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도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력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부진으로 소형전지 부문의 수익성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물론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전략과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삼성SDI는 지난 7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사업중단 등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ㆍ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강화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도 전기차용 부품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부품을 납품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알찬 열매를 맺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부진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올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자 시장의 관심은 이제 4분기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한 TV 사업 성수기에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 스마트폰 신제품이 본격 출시되고 중저가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ITㆍ모바일(IM) 사업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소폭 회복’ 예상되지만…

증권가의 의견 역시 비슷하다. 급진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송명섭 연구원은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TV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러나 IM 부문에선 여전히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의 중저가화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도 4분기부터 중저가 라인업을 개선해 제품들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효과는 내년 2분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상우 리딩투자증권 연구원도 “IM부문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마진율 하락, 재고조정 등 수익성이 악화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 지속 확대, 애플 아이폰6 판매 등이 4분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중저가 스마트폰라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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