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놀이’, 중세엔 중대범죄
‘이자놀이’, 중세엔 중대범죄
  •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 호수 112
  • 승인 2014.10.1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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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한국은‘빚 공화국’으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빚과 이자로 상처받는 영혼이 수없이 많다.[사진=뉴시스]

빚은 빚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과나무에 열매가 열리듯, 빚은 이자를 낳는다. 그리고 그 이자는 올가미가 돼 사람을 구속한다. 지금은 ‘이자’가 당연시되지만 중세시대에는 중대범죄였다. 빚과 이자에서 벗어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약 527조원이다(기획재정부 전망).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는 523조원, 올 상반기 기준 가계부채는 1040조원이라 한다. 이를 합치면 총액이 2090조원에 이른다. 가히 ‘빚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각국 정부의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는 17조7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민 1인당 5만 달러가 넘는다. 중국도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1%다. 다른 나라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빚만이 아니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듯 빚에는 ‘이자’라는 열매가 매달린다. 이슬람 국가의 은행은 지금도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돈을 빌린 사람에게 이자를 요구한다. 달콤한 열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빚이 늘어나는 만큼 부담해야 하는 이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급기야 그 이자가 올가미가 돼 인간을 구속한다. 인간 외 어떤 생명체도 빚을 지고 이자를 갚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빚을 지고 이자를 갚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불행한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빚과 이자로 상처받은 영혼들의 이야기다. 경기북부지역 한 읍내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9월 말 자살을 결심하고 이런 내용의 유서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유서의 내용은 이렇다. “가난은 죄가 아니건만 돈이 없어서 인간 구실을 못한 것이 가장 억울하고 분하고 슬프다. 욕설과 협박, 구타에 견디기 너무 어려워 그냥 죽는 길을 택한다.” 불어나는 사채 이자를 갚지 못해 3~4개월 전부터 협박과 감금을 당한 것이다.
 

2년 전 A씨는 B씨 부부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수’를 쓰다가 나중에는 원금의 10%를 떼고 빌린 뒤 다달이 이자를 갚는 ‘달변’을 썼다. 그러다 경매방식으로 곗돈을 타는 ‘낙찰계’까지 손을 뻗쳐 이자의 돌려막기를 계속했다. 이렇게 A씨가 빌린 돈은 100만원 일수에서 수천만원을 넘겨 급기야 1억여원에 이르렀다. 결국 B씨 부부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이런 빚과 이자에 얽힌 아픈 이야기를 열거하다 보면 밤을 지새워야 할 것이다.

이자가 만들어 내는 고통에 대한 반성으로 이자제한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에는 이자의 최고한도가 정해져 있다.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현재는 연 25%가 최고이자율이다. 그리고 계약상의 이자로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다. 하지만 연 25%의 최고이자율이 이자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 시대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돈을 빌려 쓰는 대가로 이자를 요구하는 것은 중세 초기엔 중대범죄였다. 교회에서 고리대금은 죄로 선언했던 것. 결국 이자가 모든 시대에 걸쳐 당연한 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금의 세상은 빚을 토대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온전한 세상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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