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둘러싼 세가지 주장

▲ 공무원연금 개혁이 공무원들의 반발로 결국 정부에 의해 추진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나오자 공무원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지난 10월 1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정부 손으로 넘어갔다. 청와대ㆍ정부ㆍ집권여당이 한목소리로 정부안을 토대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정부가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만들어낼 리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연 올바른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은 없는 걸까.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세가지 주장을 담았다.

◆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案
“연금납입 늘려야 정부보전금 줄어”


김용하 순천향대(금융보험학) 교수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요청을 받아 만든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철저히 재정건전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용하 교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며 “공무원연금이 자립한다면 많이 받아도 상관없지만 적자가 나서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으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의 연금수지 증가추이를 보면 정부보전금이 늘고 있다. 2001년 599억원이던 정부보전금은 2007년 9891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엔 1조9982억원으로 더 증가했다. 2020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총연금충당부채가 484조원에 이른다”며 “이번 개혁안이 시행되면 현직 공무원에게는 충당부채가 발생하지 않아 정부보전금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은 현재보다 높이고, 연금 수령액은 깎는 게 주요 골자다.

2016년 이전에 채용된 공무원의 연금 납입액(기여금)은 현재의 14%(본인부담 7%)에서 2026년 20%(본인부담 10%+정부부담 10%)로 6%포인트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현재의 기여금보다 43% 많다. 반면 수령액을 결정짓는 연금급여율은 현재 재직 1년당 1.9%포인트에서 2026년 1.25%포인트로 낮춘다. 34%가 깎이는 것으로, 결국 30년 가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령액은 전체 재직기간 평균소득의 57%에서 39%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2016년 이후 채용 공무원에게는 기여금을 더 줄였다. 9% 기여금(본인부담 4.5%+정부부담 4.5%)을 40년간 납부하면 전 재직기간 평균소득의 39%를 받는다.

 
연금 수령 나이도 상향조정했다. 2010년 이전 임용자의 연금수령 나이를 현행 60세에서 단계적으로 조정해 2033년부터는 65세로 높였다. 은퇴한 연금 수급자에게도 수령액의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 명목으로 부과하고, 연간 수령액 인상 폭도 현재(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만큼 연금을 삭감한다는 얘기다. 2010년 이전 임용자의  유족연금은 노령연금의 60%로 현재보다 10%포인트 낮췄다. 김 교수는 “이 개혁안이 실행되면 기여금에서 정부 부담이 7%에서 10%로 오르는 것을 고려해도 단기적으로는 29%의 재정이 절감된다”며 “시행 첫해부터 정부보전금을 1조6000억원(2012년 기준)가량 아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 전국공무원노조案
“정부가 온통 까먹고 우리에게 책임전가”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 측은 김용하 교수안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연금제도는 공무원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이라서 재정건전성을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거다. 라일하 전공노 정책실장은 “공무원연금은 낮은 급여체계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안전행정부가 올 초 발표한 ‘2014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면 9급 공무원의 초임은 약 122만원(수당 제외)이다. 급식비ㆍ직급보조비 등 각종 수당을 합쳐 대략 160만원(전공노측 주장)이라고 해도 대기업 평균 초봉(약 3000만원)보다 낮다. 9급 공무원으로 20년 넘게 일을 해야 연봉은 5000만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공무원의 70%는 9급 공무원이다.

전공노는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 건 정부”라며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원래 목적과는 다른 곳에 써놓고 책임은 공무원에게 지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공노에 따르면 공무원 퇴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때마다 그 퇴직급여가 공무원연금에서 충당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으로 공무원 11만3692명이 퇴직했는데, 4조7169억원에 달하는 퇴직급여가 공무원연금에서 나갔다. 2005년 철도청이 공사화하면서 3만여명의 퇴직자가 발생했을 때도 퇴직급여 2277억원이 공무원연금에서 빠져나갔다는 게 전공노의 주장이다.

라 실장은 “기본권과 교섭권도 없이 20년 이상을 묵묵히 근무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게 공무원연금이고, 공무원들은 그 연금만을 바라보며 군소리 없이 일해 왔다”며 “그런데 연금을 삭감하겠다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70%에서 40%까지 하향조정될 동안 공무원노조가 아무것도 못한 건 반성한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도 올리면서 상향조정을 해야지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제3의 주장들
“개혁은 찬성하지만 하향 평준화는 위험”


시민단체나 학자들의 주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행 공무원연금은 개혁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과 “국민연금처럼 하향 평준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참여연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나온 직후 논평을 통해 “과거 국민연금의 보장성 축소를 추진하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적극적이었던 한국연금학회 구성원들이 이 격차를 빌미로 공무원연금의 하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격”이라며 “재정논리에 의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맞추는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전 국민이 안정적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공적연금제도의 통합과 국민연금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개혁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연금학회가 종합적인 정보를 배제하고 ‘공무원연금 재정부담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며 “연금학회는 국민의 안정적 노후소득보장에는 관심이 없고 사적연금시장 활성화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나오기 얼마 전인 8월 27일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노후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국민연금을 보완하기 위해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퇴직연금제도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가가 노후소득을 보전해주지 않고, 퇴직연금과 민간보험을 통해 금융시장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창률 단국대(사회복지학) 교수는 “공무원과 이해당사자들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달라야 한다는 나름의 논리가 있지만 그것이 국민의 상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라면서도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국민연금보다 높은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교수는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공무원연금 수급자들의 연금액 중 일부분을 재정건전화를 위해 써야 한다”며 “소득 수준이 높은 공무원들의 급여와 연금액을 다소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공무원연금의 불합리한 요소를 하나씩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지금처럼 정부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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