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이면 혼자 ‘生’ 불황이면 동반 ‘死’
호황이면 혼자 ‘生’ 불황이면 동반 ‘死’
  • 박용선ㆍ강서구ㆍ최범규 기자
  • 호수 112
  • 승인 2014.10.1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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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부품업체 이상한 生死苦樂

 
성장하는 업종에선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반면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소폭 증가하거나 되레 하락한다. 침체업종은 다르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면 부품업체 역시 하락한다. 대기업과 부품업체(협력업체) 사이에 존재하는 이상한 방정식이다. 더스쿠프가 전자ㆍ자동차조선ㆍ기계철강 5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과 90개 협력 부품업체의 성장률(영업이익)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A사. 이 회사는 약 60억원을 투자해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존 거래처(대기업)에서 “왜 만들었냐. 우리는 그 부품이 필요없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대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선택권이 있다. 하지만 A사로선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해외판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안 받아주면 꼼짝없이 60억원을 잃는 거나 다름없다. 이후 국내 부품업계에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역시 거래처인 대기업이 스펙을 주는 사안에 대해 연구개발(R&D), 품질 개선에 나서야 하나….”

국내 부품업체는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기업은 쑥쑥 크는데 협력 부품업체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그렇다. 이런 현상은 전자ㆍ자동차 등 고속 성장한 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빠른 기간 내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2007년 매출 30조6196억원, 영업이익 1조945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35%.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업이익률이 5.83%로 떨어졌지만 현대차는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며 2013년 매출 41조6911억원, 영업이익 3조7210억원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8.93%로 끌어올렸다. 2008년과 비교하면 3.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기아차 역시 2007년 이후 부진을 털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매출 15조9485억원, 영업손실 55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마이너스 0.35%로 저조했다. 그러나 2008년 흑자로 돌아서며 1.8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8조3325억원, 영업이익 1조4816억원을 달성, 영업이익률을 5.23%로 끌어올렸다.

현대차ㆍ기아차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부품업체들은 그렇지 않다. 2013년 30개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96%에 머물렀다. 2008년과 비교하면 0.46%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현대차ㆍ기아차가 3%대의 성장을 하고 있는 동안 후방 부품업체는 1%도 성장하지 못한 격이다. 특히 30개 중 14개 업체는 영업이익률이 줄어들었다.

전자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2007년 매출 63조1759억원, 영업이익 5조9428억원을 달성한 이 회사도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업이익이 4조1340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2007년 9.41%에서 2008년 5.67%로 떨어졌다. 그러나 위기를 보란 듯이 극복하며 2013년 매출 158조3720억원, 영업이익 21조8070억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영업이익률도 13.77%로 껑충 뛰었다. 2008년과 비교하면 무려 8.1%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LG전자는 영업이익률이 2008년 4.44%에서 2013년 마이너스 0.76%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평균 영업이익은 2008년 5.05%에서 2013년 6.50%로 증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30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2008년 4.46%에서 지난해 4.05%로 떨어졌다. 2013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지만 부품업체의 이익은 되레 떨어진 것이다. 특히 30개 업체 중 18개(60%)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 마이너스 영업이익률로 돌아선 기업만 6개에 달한다. 전기회로 개폐ㆍ접속장치를 제조하는 파워로직스는 2008년 영업이익률이 8.18%에 달했지만 2013년엔 마이너스 1.88%로 곤두박질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846억원,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했다.

▲ 전자·자동차 등 산업에서 대기업-부품업체간 성장세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 기간 심텍(트랜지스터ㆍ유사 반도체소자 제조)은 영업이익률이 8.55%에서 마이너스 5.29%로 떨어졌고, 디아이디(액정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는 1.75%에서 마이너스 4.27%, 케이이씨(트랜지스터ㆍ유사 반도체소자 제조)는 0.38%에서 마이너스 0.50%, 한국태양유전(기타 전자부품 제조)은 1.97%에서 마이너스 1.09%로 감소했다. 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이 성장한다고 후방에 있는 부품 협력사도 동반성장하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부품업체가 제대로 기술을 개발을 하지 못하고, 동시에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을 높이며 연구개발(R&D)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다. 그 결과, 이익을 내고 또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부품업체는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협력업체의 종속적인 관계로 인해 R&D를 하는데 대기업의 눈치를 봐야 한다. 또한 국내 주요 산업은 대부분 한두 개의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다변화를 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 한토막을 보자. 자동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부품업체 A사 주변에선 “기술 개발이 성장의 지름길인데 왜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A사도 R&D에 공을 들이고 싶다. 하지만 여력이 안 된다. 이익이 많이 나지도 않지만 그 자금으로 대기업인 구매자가 원하는 품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쌓는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설령 자금이 있다고 해도 R&D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R&D에 투자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려 한다는 얘기가 대기업의 귀에 들어가면 거래가 끊어지는 게 다반사라서다. 기존 거래 물량을 완전히 뺀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모험’을 할 부품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부품업체의 연구개발의 초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품질 개선, 신기술 개발이 아니다”며 “구매자가 요구하는 품질을 얼마나 싸게 충족할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 계열 부품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한라그룹의 만도, 삼성그룹의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이다.

부품업체 R&D 투자 가능한가

이 때문에 국내 부품업체는 정부 R&D 과제를 통해 기술력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구매자의 요구에 맞고, R&D가 끝난 후 상품화해서 팔 수 있는 기획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R&D가 많다는 얘기다. 대기업의 자금을 지원받아 R&D를 추진하는 부품업체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개발 이후 지적 재산권을 두고, 누구의 소유냐는 갈등의 여지가 생긴다. 사실 갈등보다는 대기업이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술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산업이 성장할 때는 대기업이 독식한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져 대기업의 수익성이 감소하면 부품업체 역시 수익성이 악화된다.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3사의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08년 2조2061억원에서 지난해 7347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1.05%에서 3.03%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 역시 영업이익률이 9.31%에서 3.01%로 하락했다. 그나마 삼성중공업은 나은 편이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이 2008년 7553억원에서 지난해 924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7.08%에서 6.29%로 떨어졌다. 3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9.14%에서 지난해 4.11%로 떨어졌다. 당연히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도 감소했다. 3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7개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9.32%에서 지난해 2.48%로 떨어졌다. 7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모두 감소했다. 조선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 STX그룹이 와해되는 마당에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은 중소 부품업체도 수두룩하다.

기계와 철강산업 역시 조선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졌고, 협력 부품업체도 하락세를 보인다. 국내 기계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2008년 매출 3조9633억원, 영업이익 34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76%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0.51%로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8.31%에서 지난해 6.81%로 하락했다. 두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8.53%에서 지난해 3.1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두산인프라코어ㆍ두산중공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7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4.71%에서 1.91%로 떨어졌다. 그중 일림나노텍(마이너스 9.58%), 진흥주물(마이너스 1.61%)은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악화됐다. 특수목적용 기계를 제조하는 일림나노텍은 지난해 매출 814억원,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했고, 선철주물을 제조하는 진흥주물은 지난해 매출 622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2008년 매출 30조6424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1.34%를 달성했다. 단연 최고의 해였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66%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7.25%로 떨어졌다.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2008년 1조3214억원에서 2013년 7165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2.58%에서 5.59%로 떨어졌다. 두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16.96%에서 2013년 6.42%로 떨어졌다.

정부, 대기업-부품업체 상생 어떻게 풀까

이런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연결된다. 철강업은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의 특성상 부품업체를 계층화하는 다른 산업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포스코ㆍ현대제철로부터 소재를 구입해 단순압연 공정을 하는 업체가 생산ㆍ가격ㆍ경영 측면에서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여타 산업과 크게 차이가 없다. 포스코ㆍ현대제철로부터 소재를 공급받아 철강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16개 협력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9.03%에서 2013년 1.95%로 떨어졌다. 그중 대양금속ㆍ동양철관ㆍ삼강엠앤티는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악화됐다. 대양금속(냉간 압연ㆍ압출 제품 제조)은 2008년 0.44%에서 2013년 마이너스 3.1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양철관(강관 제조)은 9.84%에서 마이너스 2.73%, 삼강엠앤티(강관 제조)는 8.67%에서 마이너스 4.24%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부품업체의 수익성 관계는 성장 업종에선 반비례하고, 불황 업종은 비례한다. 우리는 흔히 대기업-협력업체의 동방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 전반에선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동반하락’은 존재한다. 영업이익률이 올라갈 때는 대기업 혼자 올라가고, 떨어질 때는 부품업체와 함께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부품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과연 대기업과 부품업체간 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박용선ㆍ강서구ㆍ최범규 기자 brave11@thescoop.co.kr
 
[참고 | *2008년 실적, 전년 4월부터 해당년도 3월 기준 ** 2008, 2013년 실적, 전년 7월부터 해당년도 6월 기준 *** 2008, 2013년 실적, 전년 4월부터 해당년도 3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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