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준금리 날선 공방

▲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 왼쪽)가 최경환 부총리의 주문에 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입에서 “척 하면 척”이라는 말이 나왔던 만큼 한은이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7일. 이날의 최대 이슈는 기준금리였다.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일(15일)을 일주일 앞두고 있어서였다.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3.8%엔 못 미치고 3% 중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있지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거다. 말을 아껴야 하는 시점에서 여야 의원들이 듣고 싶은 말을 조금씩 섞어 준 셈이다. 

하지만 국감장의 여야 의원들은 기준금리를 놓고 날선 공방을 펼쳤다. 여당 의원들은 일본의 엔저 위협,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거론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이주열 총재에게 주문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가계부채의 심각성 등을 근거로 기준금리 인하를 반대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구로다 일본중앙은행 총재와는 달리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천명한 적이 없다”며 이 총재에게 정책금리 인하 등 선제적 대응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소비자 물가가 한은이 애초 제시했던 중기 물가안정목표(연 2.5~3.5%)치에 상당 기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한은이 돈을 푸는 등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도 한은의 물가목표에 못 미치는 소비자ㆍ근원물가 추이를 지적하며 “최근 민간소비도 투자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잘못 대처하다가는 나중에 곤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금리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가계부채와 소득증가율 추이를 보면 명목국내총생산 증가율에 비해 가계신용 증가율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여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 내렸을 때, 가계부채는 향후 1년간 0.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폭을 분석한 결과다. LTVㆍDTI 규제 완화가 가계의 주택담보 차입여력을 확대하고 기준금리 인하는 차입비용을 내려 가계부채를 늘린다는 얘기다.

야당은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 총재는 9월 20일 호주 케언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호텔에 묵었다가 이날 저녁에 와인 회동을 했다. 다음날 최 부총리는 “금리의 ‘금’자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척 하면 척”이라고 말해 통화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총재에게 “한은의 독립성을 와인과 함께 마셔버린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척 하면 척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척 하면 척’이라는 말이 통했는지는 15일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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