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옴니채널 전략

롯데그룹엔 몇가지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 있다. ‘미투(me too) 전략에 강하다’ ‘유통업계의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다’는 식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다. 웬만한 유통채널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거다. 신동빈 회장이 이 유통채널을 묶는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른바 ‘옴니채널’ 전략이다.

▲ 신동빈 회장이 옴니채널 전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올 9월 옴니채널 전략추진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매달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사진=뉴시스]
롯데그룹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13조7073억원)과 영업이익(6517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비 1.2%, 10.5% 줄어들었다. 롯데마트 실적이 특히 악화됐다. 할인점 부문 상반기 매출은 4조435억원으로 전년(4조4684억원) 대비 1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05억원에서 43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백화점과 편의점 실적도 신통치 않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앞으로다. 해외직구는 백화점과 아울렛 같은 대형 유통채널을 꾸준히 위협할 거다. 오픈마켓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신선식품’ 등까지 취급하며 대형마트의 영역도 좁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세계의 프리미엄아울렛ㆍ복합쇼핑몰이 오픈을 앞두고 있는 등 대형 유통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심리와 동선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것도 난제다.

그렇다고 롯데의 활로가 모두 막힌 건 아니다. 롯데는 다른 유통기업엔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웬만한 유통채널은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거다. 백화점ㆍ대형마트ㆍ편의점ㆍ가전양판점ㆍ홈쇼핑ㆍ온라인몰영화관ㆍ패션사업ㆍ드러그스토어ㆍ창고형할인점 등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5일 롯데마케팅포럼에서 “온ㆍ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의 특성을 살려 옴니채널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 회장은 일찍부터 국내 유통시장이 가까운 시일 내 옴니채널 중심으로 재편될 거로 봤다. 올 3월 신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와 미래전략센터가 주관으로 옴니채널 전략 추진계획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한 이유다. 옴니채널은 여러(Multi) 채널을 전체(Omni) 채널 관점으로 바라보고 각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끊임없이(Seamless)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모든 쇼핑채널을 하나의 매장처럼 이용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옴니채널’ 전략으로 승부수

 
그렇다면 신 회장이 말한 ‘옴니채널 서비스’는 뭘까. 롯데백화점과 롯데닷컴이 지난 4월 내놓은 ‘스마트픽(SmartPick)’을 보면 신 회장의 프레임을 엿볼 수 있다. 스마트픽은 PC웹이나 모바일에서 주문한 후 전국 롯데백화점 9개 지점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교환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도입한 ‘위치기반 서비스’도 옴니채널 서비스의 일환이다. 이는 고객의 위치에 따라 주변 매장의 상품정보ㆍ사은행사ㆍ할인쿠폰 등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앱 서비스다. 5월엔 경기도 이천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서도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을 모바일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런 옴니채널 서비스를 확대ㆍ적용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ㆍ롯데마트ㆍ롯데슈퍼ㆍ롯데닷컴 등 19개 계열사는 옴니채널 추진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개별과제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신 회장이 꿈꾸는 ‘옴니채널 서비스’는 보다 다양하고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선보일 ‘매장픽업 서비스’처럼 말이다. 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롯데마트몰에서 쇼핑한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세븐일레븐에서 픽업하는 식의 서비스다.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신 회장의 주도로 시도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는 독특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온라인(모바일)에서 판매할 만한 콘텐트가 다양해 오프라인과 시너지가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임채운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웬만한 유통채널을 모두 갖고 있는 롯데는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기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은 신성장동력으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규제는 심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열악한 유통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더 강하다는 얘기다.  무슨 말일까.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과 아마존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출발해 ‘아마존 프레시’라는 신선식품 배송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에는 바코드 스캔기기인 ‘아마존 대시’도 내놨다. 필요한 식료품의 바코드 또는 음성인식을 통해 내장된 와이파이(무선인터넷)로 아마존 프레시 계정과 연동돼 주문이 가능하다.

▲ 신동빈 회장의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아마존은 온ㆍ오프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 서비스로 기존에 발을 들이지 않았던 오프라인 식료품 시장에까지 세를 불리고 있다. 롯데는 다르다. 언급했듯 ‘온라인몰’을 비롯해 진출하지 않은 유통채널이 거의 없다. 채널간 접점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순 있어도 옴니채널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아마존처럼 신규 사업에 뛰어들어 ‘옴니채널’ 전략으로 이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아닐 게 분명하다.

손 안의 롯데제국 건설할까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옴니채널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바일을 통해 온ㆍ오프라인 채널의 융합을 꾀하는 거다. 그러려면 IT기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모바일 앱 구축이 관건이다.  마케팅 리서치 업체 ‘칸타월드패널’ 이지혜 연구원은 “롯데의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아우르면서도 무겁지 않은 앱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근 소비자들이 소셜커머스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사용자 경험이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옴니채널 추진위원회에 정보통신 계열사(롯데정보통신)가 포함돼 있다”며 “내년 초 옴니채널 관련 전문 연구센터인 ‘롯데이노베이션’ 오픈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발 벗고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옴니채널 전략’. 이 전략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이느냐가 승부 포인트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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