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새 블루오션

IT업계의 ‘머니 로드’가 달라지고 있다.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모바일 커머스 쪽으로다. 물론 ‘수익창출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을 의심하는 이는 드물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날수록 모바일 쇼핑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날로 진화하는 것도 한몫 거들게 분명하다. 모바일 커머스에 쏠리는 IT업계의 눈을 살펴봤다.

▲ 모바일 커머스가 기존 전자상거래 고객에 오프라인 소비자까지 휘어잡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이제까지 IT기업은 사물 인터넷ㆍ지도ㆍ방송ㆍ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M&A를 해왔다. 최근 트렌드는 조금 다르다. 이들 IT기업의 M&A가 모바일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휴대전화 장비나 기술이 아닌 모바일 광고ㆍ커머스ㆍ결제 기업의 M&A가 늘고 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2007년까지 구글은 지도서비스ㆍ서점ㆍ부동산 정보ㆍ바이오테크ㆍ로봇ㆍ풍력발전 관련 기업 144개 기업을 인수했다.

인터넷 검색 엔진으로 출발한 구글의 과거 주 수익원은 인터넷 광고였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모바일 기업 M&A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 모바일 소프트웨어 인터넷 소프트웨어 M&A 비중은 각각 35%로 같았다. 특히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2012년 음악스트리밍 앱 송자(Songza)를 인수한 데 이어 올 8월에는 음성인식이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앱 이뮤(Emu)와 동영상 편집 앱인 디렉터(Directer)를 품에 안았다.

페이스북은 2012년 ‘모바일 퍼스트’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2007년 이후 총 51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그중 43%가 모바일 앱 개발 업체다. 올 2월 190억 달러(약 19조원)에 와츠앱(Whats App)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와츠앱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올 4월에는 운동량 추적 앱인 프로토지오(ProtoGeo)와 음성 번역 앱 지비고(Jibbigo) 등의 앱 개발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다. 페이스북의 핵심인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를 모바일로 연결시키면서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미국 업체들만 아니라 중국 IT기업들도 모바일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TAB라고 불리는 중국의 대표 IT기업 텐센트ㆍ알리바바ㆍ바이두도 자국 모바일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와 온라인 게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업체 텐센트는 올 1월 모바일 지도 앱 회사인 링크테크나비(Linktech Navi)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온라인 및 모바일 전자상거래 업체인 진둥(JD.COM)의 지분 15%를 인수했다.

소규모 게임 앱 업체도 여럿 인수하며 모바일 ‘게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의 행보도 비슷하다. 모바일 사업에 통 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안드로이드 앱마켓인 91닷컴을 18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중국 소셜커머스 업체 누오미(Nuomi)를 1억 달러에 품에 안았다.

 
같은 모바일 투자라고 해도 그 무게 중심은 변하고 있다. 과거 모바일 광고 및 메신저에 투자가 집중된 것과 달리 최근 모바일 커머스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이 깊다. 2008년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던 시장 초기 상황에선 사용자 수(유저)를 모으는 ‘집객’이 중요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 유저를 쉽게 늘릴 수 있는 메신저, 게임과 소셜미디어 앱에 주로 투자가 집중된 이유다. 메신저 게임 등의 무료 배포로 모은 사용자를 바탕으로 광고 수익을 내는 데 주력했다.

모바일 커머스 ‘잠재력’ 탁월

지금은 다르다. 모바일 커머스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모바일 커머스는 가격과 제품 정보를 확인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광고 수익 창출 가능성이 입증되고 모바일 쇼핑에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를 모바일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최근 뉴욕거래소에 상장에 성공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최근 모바일 비즈니스 확대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2012년 4분기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모바일 부문이 7.4%에서 지난해 4분기 19.7%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 5월에는 자회사인 알리페이(전자결제)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모바일 집객 효과를 높이고 모바일 콘텐트 제공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올 4월에는 23%의 지분을 보유한 지도 서비스앱 업체 오토나비(Autonavi)를 전액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는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인 UC웹의 잔여 지분을 전부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UC웹은 중국과 인도에서 4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닷컴 역시 모바일 커머스 비중을 확대하고 나섰다. 전문조사기관 파고(Pargo)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닷컴은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두가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콘텐트를 모바일로 연결하는 것과 쇼핑과 결제과정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올 8월에는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로컬리지스터)를 공개했는데 모바일 결제 장비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부착한 뒤 신용카드를 읽히면 아마존닷컴에서 구매한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마존닷컴 쇼핑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올초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를 9억 달러에 인수했다. 라쿠텐은 강력한 전자상거래와 금융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바일 집객 능력이 취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3억명의 유저를 보유한 바이버 인수로 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쿠텐의 회원수는 약 2억명이다.

이처럼 IT기업의 최근 M&A 트렌드를 보면 다양한 부문에 걸쳐 투자를 하고 있지만 ‘모바일 사업’에 집중돼 있다. 모바일 사업의 한축을 담당하는 모바일 광고 시장의 수익성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수익 창출 능력을 입증했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해 중순 25달러에서 최근 80달러까지 상승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올 7월 말 2분기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20% 상승했다.

오프라인 고객 잡으면 ‘끝’

모바일 광고시장과 달리 모바일 커머스의 수익창출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잠재력에 베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자신의 온라인 고객을 뺏기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모바일 사업에 발 빠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분명한 건 모바일 커머스 시장의 미래가 앞으로도 밝다는 거다. 휴대성을 바탕으로 기존 전자상거래 고객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고객까지 유인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아질수록 모바일 쇼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새로운 사업이 더해지면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IT기업들의 모바일 커머스 투자는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모바일 광고처럼 수익창출 가능성이 입증된다면 가파른 주가상승 동력이 나타날 수 있다.
양길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duke7594@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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